국민의당,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용서 구하라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편지’

국민의당, 삼보일배(三步一拜)로 용서 구하라
 

공당(公黨·공공연하게 주의·방침 등을 발표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정당)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충격적’이란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국민의당 이야기다. 26일과 27일 이틀동안 각종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상위에 랭크됐으나 우리나라 제2의 야당인지 의심할 정도로 최악의 사건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 중 ‘문 대통령 개입설’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당시 제보된 카카오톡 캡쳐화면과 녹음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의당은 “아빠(문 대통령)가 얘기를 해서 어디(고용정보원)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라는 발언이 담긴 준용씨 파슨스스쿨 동료를 자처한 익명 제보자의 육성증언을 공개했었다.

박 위원장은 “자료를 제출한 당원이 당시 제공한 자료가 본인이 조작한 거짓 자료라고 고백했다”며 “이에 고백 내용을 추가 검토한 결과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본의 아니게 국민 여러분께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당사자인 문 대통령과 준용씨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전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긴급체포한 당원 이유미씨를 27일 오전 재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씨는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교수·제자로 인연을 맺어 18대 대선 때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모위원장의 지시로 허위자료를 만들었다는 보도도 나와 이번 사건의 불똥이 안 전 대표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전체로 튈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가 확산되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젊은 사회초년생들이 다른 것도 아닌 대통령 선거에서 증거를 조작해 무언가를 얻어보겠다는, 어떻게 이런 끔찍한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경악스럽고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더 나아가 특검은 이번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조사해 국기문란사범으로서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 주시길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일단 검찰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현직 당 지도부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원 혼자 저지른 사건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특히 대선이 끝난지 한달보름 가량 지난데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짓제보였다는 사실을 고백한 점은 국민으로부터 더 큰 지탄을 받게 됐다. 범법 행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하지만 대선 직후 바로 잘못을 고백하고 국민께 석고대죄했으면 어땠을까….

국민의당은 광주 8곳 모두를 비롯해 전남 8곳 등 전체 지역구 18곳 가운데 무려 16곳의 국회의원을 보유한 광주·전남 제1당이다. 그러나 대선 참패이후 ‘지지율 5% 정당’이란 오명을 받았다. 지역민과의 소통 부재, 구심점 잃은 당 운영, 모래알 조직 등이 빚은 결과였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국민의당 진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일부에선 아예 더불어민주당에 백기 투항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6·13지방선거 이전에 존재감마저 사라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아직도 광주지역 일반당원 2만7천800명·권리당원 8천200명, 전남지역 일반당원 4만7천230명·권리당원 1만1천649명이 있다고 항변할 수도 있으나 민심은 갈수록 국민의당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박 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원과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민주의 문 앞에서 ‘국민속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겠는가.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국민의당에게 치명타를 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야당으로서 선명성도, 대여 투쟁 동력도 사실상 잃었다. 텃밭인 광주·전남지역민을 설득할 명분도 사라졌다. ‘5%정당’에서 ‘0%정당’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 이상의 변명은 정당 존립 기반마저 송두리째 빼앗아 갈 수 있다.

이젠 뼈를 깎는 자기 반성과 당의 혁신만이 해답이다. 이유미씨 출당조치 등 소극적인 대처는 더 큰 화만 키운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당직자들이 밝혀지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선 당시 지도부와 현 지도부는 서울에서 제주까지 ‘삼보일배(三步一拜)’를 통해서라도 국민에게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없다. 당연히 내년 지방선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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