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9개국을 가다…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① 종교와 문화의 모자이크
유럽의 화약고에서 ‘뜨고 있는 관광지’로…
1989년 베를린 장벽 무너진 후 민주화 시작
유고 연방 해체되면서 각국으로 분리 독립
유럽~아시아 연결통로로 곳곳이 매력덩어리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에서 바라본 호수. 블레드 호수는 줄리안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호수로 세계 각지의 여행객이 찾는 관광 명소다.
발칸 9개국 여행 지도

발칸 여행 상품을 보았다. 발칸 9개국 13일이다. 나라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이다.

생소한 나라들이 많다. 몬테네그로·마케도니아는 처음 들어봤고, 세르비아도 낯설다. 196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 다닐 때는 유고슬라비아 연방, 루마니아, 불가리아 정도의 국가가 발칸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1990년대에 유고 연방이 해체되면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보스니아·마케도니아 6개국으로 분리 독립했다.

1989년 11월 9일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2월 25일에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처형됐다. 사회주의 국가 발칸의 민주화가 시작된 것이다.

6개국으로 이뤄진 유고슬라비아 연방도 분열돼 각기 독립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유고 내전이 일어났다. 먼저 1991년 6월 25일에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독립을 선언했다. 유고 연방의 맹주 세르비아는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세르비아는 10일 전쟁 끝에 슬로베니아의 독립을 인정했지만, 관광국가 크로아티아를 포기할 수 없었다.

세르비아는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와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로브니크를 포격하는 등 4년간 내전을 일으켰고, 나토는 크로아티아를 지원했다.

한편 마케도니아는 1991년 11월 7일에, 보스니아는 1992년 3월 2일에 독립을 선언했다. 보스니아는 정교의 세르비아인, 카톨릭의 크로아티아인, 이슬람의 무슬림이 혼재돼 있는 다민족국가인데 크로아티아계와 이슬람계가 독립을 주도했다. 세르비아는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인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보스니아 내전을 일으켰다. 그리고 세르비아의 지원을 받은 보스니아의 세르비아 민병대는 보스니아 무슬림을 무자비하게 인종청소 했다. 세르비아계는 무슬림을 남자와 여자로 분리해 남자는 무조건 학살했고, 여성은 집단적으로 강간으로 임신시켰다. 영화 <그르바비차>가 집단강간의 참상을 말해준다.

이슬람교도의 씨를 말리겠다는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인의 만행은 전 세계인들에게 비난을 받았고 ‘제2의 홀로코스트’였다. 나토가 개입한 보스니아 내전은 1995년까지 4년간 계속됐고 결국 1995년 11월 보스니아를 민족에 따라 3분하는 데이턴 협정으로 겨우 진정됐다.

한편 1992년 4월 27일에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신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수립했지만 2006년에 몬테네그로가 독립을 선언해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완전히 해체됐다.

▶곳곳이 매력적인 관광지

발칸은 요즘 뜨고 있는 관광지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단골 홈쇼핑 여행상품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부른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꽃보다 누나’에 나온 로마 시대 유적지 스플리트 그리고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 고현정과 조인성이 나온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의 배경지 류블랴나와 피란들이 그렇다.

또한 드라큘라의 전설이 숨 쉬는 곳인 루마니아의 브란성과 차우세스쿠가 처형된 부카레스트의 혁명광장, 성모 발현지인 보스니아 메주고리예와 보스니아 내전 현장인 모스타르 다리는 꼭 가고 싶은 곳이다.

생소하지만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몬테네그로, 알렉산더 대왕의 고향이고 테레사 수녀가 태어난 마케도니아, 유산균과 장미의 나라 불가리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등도 매력덩어리이다.

▶고대 이래 열강들의 각축장

발칸(Balkan)이란 지명은 터키어로 ‘산맥’이라는 뜻인데 발칸은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연결통로’였고, 역사적으로 ‘종교와 문화의 모자이크’ 지역이며 ‘유럽의 화약고’였다.

발칸은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고대 이래 여러 민족들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고대에는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 로마시대 이후는 십자군과 오스만 터키 전쟁, 합스부르크 제국과 터키 간, 러시아와 터키 간, 이외에도 발칸 토착 세력 간 영토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1914년 6월 보스니아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 청년에 의해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암살되는 사건을 계기로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그래서 발칸을 유럽의 화약고라 불렀고, 1991~1995년의 유고 슬라비아 내전, 1998~1999년 코소보 전쟁, 2008년의 코소보 독립문제 등 지금도 화약을 안고 있다.

한편 발칸은 종교와 문화의 모자이크 지역이다. 카톨릭과 정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복잡하게 혼재돼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로마는 313년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후, 330년에는 로마제국의 수도를 지금의 이스탄불로 옮기고 콘스탄티노플이라 했다.

395년에 테오도시우스 1세는 로마제국을 보스니아를 경계선으로 동·서 로마로 양분해 두 아들에게 다스리게 했고 서로마제국은 476년에 멸망했다.

1389년에 오스만 터키는 세르비아 군을 중심으로 한 10만 기독교 연합군을 코소보에서 대패시킴으로써 발칸의 실직적인 패권을 차지하게 됐다. 이어서 오스만 제국은 1453년에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1459년에는 세르비아, 1463년에는 보스니아를 점령했다. 이후 오스만 제국은 400~500년간 발칸을 지배했다.

따라서 발칸은 동·서로마의 분기점, 동서 교회의 접합점에 위치하면서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음으로써 카톨릭·정교·이슬람교가 혼재돼 있다.

발칸 9개국을 종교문화권으로 분류하면 대략 5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서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문화를 꽃 피운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등의 카톨릭 문화권 ▲동로마 제국의 정교를 바탕으로 형성된 이후 오스만 터키의 400~500년 지배 하에서도 종교와 문화를 지켜냈던 세르비아·몬테네그로·루마니아·불가리아 등의 정교문화권 ▲오스만 제국의 지배이후 이슬람교로 개종한 알바니아 ▲정교와 이슬람이 혼재돼 있는 마케도니아 ▲카톨릭과 정교, 그리고 이슬람교가 뒤섞여 있는 보스니아 등이다.

▶새로운 신비로움을 찾아서

여행은 설렘이다. 새로운 곳을 보는 신비로움이 있다. 관광은 빛을 보는 것이다. 넓고 깊은 안목을 가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지난 5월 28일 일요일 밤에 아내와 함께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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