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과 농업

4차산업과 농업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는 센서로 가동되는 자동화공장이다. 팔려나간 제품이 소비자 요구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낡은 것을 새로움으로 채울 것이다. 그것은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작동시킨다. 제조업 생태계는 그렇게 바뀌고 있는 중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편승을 요구한다. 뒤처지면 지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연결성(Hyper-Connected), 초지능성(Hyper-Intelligent)의 변화물결은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 기술의 변화에는 영역이 없다.

광주시 용두동에 있는 무등농원에서 농업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 곳의 식물공장형 비닐하우스는 거대하다. 데이터를 활용하고 토지라는 물리적 한계마저 극복한다. 제조업 시각에서 무등농원을 보며 몇 가지 시사점을 도출해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각 분야에서 4차 산업을 어떻게 준비할지 도움 되기 바란다.

첫째, 4차산업은 규모화를 배경으로 한다. 무등농원의 공장(Factory)형 비닐하우스가 그렇다. 폭과 높이, 길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구조다. 융합을 위해 개별 유닛들이 뭉치고 그 거대함 속에서 내부 정보들이 공유되는 형태는 4차산업의 기본 조건이다. 잘 갖춰진 양액 재배시설은 공유 플랫폼이다. 상황에 따라 품종을 바꿀 수 있다. 규모화는 큰 것과 작은 것의 조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 생태계가 건강해진다. 거점별로 지어진 공장형 비닐하우스는 일반 농사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국가나 지자체가 먼저 큰 틀을 짜야 한다. 진행과정에서 다수의 농민 참여는 필수적이다.

둘째, 개체들이 정보통신(ICT)으로 연결돼야 한다. 무등농원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 중이었다. 농사에 필요한 강우량, 일사량, 풍향, 풍속이 손안의 핸드폰으로 들어오고, 공장형 비닐하우스의 온도, 습도가 여러 개체들과 연결돼 있었다. 이 조건 아래 햇볕차단과 분무(Cooling System), 히트펌프와 에어컨, 전조등과 양액 제어시스템 등이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계돼야 한다. 각각의 센서가 일정한 알고리즘(Algorithm) 의해 구동되고 개체별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중앙에 전달, 제어 통제될 수 있는 시스템이 4차산업을 구현하는 근간이 된다.

셋째, 농업도 인공지능(AI) 구현이 필요하다. 빅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한다. 농사법은 선조로부터 내려온 누적 데이터의 결과물이다. 새로운 농법에는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다.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 많은 데이터를 누적시키고 그 것이 각각의 조건에 부합되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 때 비로소 지능형 공장이 된다. 무등농원의 경우 이 시설을 40년간 운영해 온 이종화 씨의 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가 머리 속에 암기하고 있는 것을 컴퓨터 지능속에 담을 때 비로서 스마트 팜(Smart Farm)은 완성될 것이다. 품종별 재배량과 출하량이 해마다 분석된다면 어떤 상황변화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배기술’의 융합이다. 농업의 경우 대부분 개인 노하우에 그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양액재배 기술은 암기만 될 뿐 전파되지 않는 구조다. 4차산업은 ‘열린과학’ (Open Science)을 중시한다. 제조업 ‘기술융합’이 좋은 사례다. 개방하고 나누고 보태면서 발전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무등농원과 같은 실험지대가 구축되고 농민들의 선진농법이 융합되는 시대를 기대한다. 이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도 부합된다. ICT 융복합과 시설개발, 비료와 양액재배 관련 기술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농자 천하지대본의 개념은 혼란스럽다. 기름진 땅은 급격히 맹지로 전환 중이다. 고령화로 논밭에 인적이 끊기고 기상이변은 해마다 맹위를 떨친다. 그럼에도 쌀은 여전히 남아돌고 있다. 수년 후 농업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그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4차산업이 모든 것의 답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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