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9개국을 가다…<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②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수도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도시…
성모마리아와 예수 성화 앞에서 기도하는 순례자들
동화 속 집처럼 아름다운 ‘성 마르크 성당’에 감탄사

자그레브 전경

▶크로아티아의 심장 자그레브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5월 29일 오후 1시였다. 입국은 쉬웠다. 짐도 금방 찾았다.

단체여행객 30명이 먼저 간 곳은 자그레브 구시가지에 있는 대성당이다. 성당을 대충 보고 밖으로 나와, 시선이 멈춘 곳은 성당 왼편에 있는 시계였다. 시계가 멈춰있다. 옆에 있는 설명문을 읽어보니, 1880년 11월 9일에 자그레브에 대지진이 일어났단다. 대성당도 크게 손상됐는데 성당 시계가 멈춘 시간이 7시3분3초이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 시내에 있는 성 마르크 성당.

다음으로 가는 곳은 성 마르크 성당이다. 가는 길에 돌라치 시장에서 체리를 샀다. 1kg에 5천원이다. 우리나라의 절반 값이다. 아내는 2kg를 샀다. 노천카페 거리를 지나 골목을 돌고 계단을 올라가니 성문이 하나가 나온다. ‘돌의 문(Stone Gate)’이다. 이 문에는 성모마리아와 예수를 그린 성화가 있다. 1731년 큰 화재로 문들이 모두 불탔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았단다. 사람들은 이 신비의 그림 앞에서 기도를 올린다.

이윽고 성 마르크 성당에 도착했다. 체크무늬 타일 지붕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알록달록하여 아름답다. 지붕위에는 문장이 두 개 있다. 왼편은 크로아티아 왕국과 달마티아 지방, 슬라보니아 지방이 문장이 새겨져 있다. 달마티아 문장에는 달마티안 개 세 마리가 있다. 오른편은 자그레브 시의 문장이다. 아쉽게도 성당문은 잠겨 있다.

인솔가이드는 자그레브 전경이 나오는 언덕으로 안내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부조 하나를 보았다. 니콜라 테슬라라고 적혀 있다. 테슬라 (Tesla 1856~1943)는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와 체코에서 공부하고 1884년에 미국으로 이주해 에디슨과 함께 일했지만 에디슨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이다.

‘전기(電氣)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천재과학자 테슬라는 요즘 빛을 보고 있다. 미국 최대의 전기자동차회사의 이름이 그의 이름을 딴 ‘테슬라’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가니 절연(絶緣)박물관(Museum of Broken Relationships)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서 입구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단체여행은 박물관을 구경할 자유시간이 없다.

언덕에서 구시가지를 바라보니 환상적이다. 아까 본 대성당의 첨탑 두 개가 잘 보인다. 첨탑 하나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인솔가이드는 일행 모두에게 추억의 사진을 찍어준다. 우리 부부도 한 장 찍었다.

이제 자그레브의 중심지인 반 옐라치치 광장으로 내려온다. 광장에는 유명 상점들과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 활기가 넘친다. 가운데에는 반달 칼을 높이 들고 말을 탄 동상이 있다. 동상 앞에는 ‘BAN JELACIC 1848.’ 라고 적혀 있다. 총독(BAN) 옐라치치(1801∼1859)는 크로아티아 영웅이다. 1848은 1848년을 말한다. 유럽에 있어 1848년은 혁명의 해였다. 마르크스·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했고, 2월에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나 자유의 물결이 전체 유럽으로 번졌다. 헝가리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제국에 맞서 독립을 추구했는데 헝가리는 남슬라브족과 루마니아를 포함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헝가리에 맞서서 크로아티아 민족의 독립을 꾀한 이가 바로 옐라치치였다.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 세워져 있는 프레세렌 동상과 유리아 부조. 프레세렌 동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 보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유리아의 부조가 있다.

▶‘사랑의 도시’ 류블랴나

이제 자그레브를 떠나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로 간다. 류블랴나는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이다. 언어의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배경지가 바로 슬로베니아이다. 1997년 11월 수면제를 먹고 죽음을 기다리던 베로니카가 잡지에서 우연히 읽은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구절이 필자에게는 너무 인상적이었다.

국경통과는 비교적 쉬웠다. 크로아티아 출국과 슬로베니아 입국을 한 곳에서 한다. 출입국 직원이 여권만 보고 도장을 찍어줬다.

단체여행 버스는 류블랴나의 용의 다리 앞에 정차했다. 여기서부터 류블랴니차 강을 따라 시내 중심지로 걸었다. 가는 길에 노천 시장이 있는데 오후 늦은 시간이라 문을 많이 닫았다.

이윽고 ‘트리플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가 희한하게도 3개다. 가운데는 차도이고 양 옆은 인도다. 다리 정면에 광장이 있다.

인솔가이드는 이 광장이 프레세렌 광장이고, 뒤에는 시청사와 류블랴나 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프레세렌 광장은 슬로베니아 민족시인 프란츠 프레세렌(1800∼1849)의 이름을 붙인 광장인데, 그는 슬로베니아 국가(國歌)인 ‘축배’의 작사가이고, 그가 죽은 날인 2월 8일이 공휴일이란다.

프레세렌 동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는 애틋한 눈빛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데, 그 시선을 따라가 보면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유리아의 부조가 있단다.

또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인성이 교통사고 난 곳이란다. 조인성이 고현정에게 청혼하고자 성당으로 달려가다가 트럭에 친 곳이 바로 프레세렌 광장이다.

인솔 가이드는 30분의 자유시간을 줬다. 먼저 프레세렌 동상 앞에서 인증 샷을 찍고 프레세렌이 사모하는 유리아가 있는 부조를 찾았다. 건너편의 노란 건물 벽에 조각돼 있다.

프레세렌은 합스부르그 제국의 지배를 받은 시절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빈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시를 통해 독립운동을 펼쳤다. 어느 날 그는 성당에서 부유한 상인의 딸 유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첫 눈에 반했다. 그런데 신분의 차이 때문에 그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는 단지 수 십 편의 시를 통해 그녀에게 홀로 사랑을 고백했을 따름이었다.

이윽고 분홍색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바로 17세기에 지어진 성 프란체스카 성당이다. 성당 안은 화려했다. 조각들과 성화가 볼만하다.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고난의 예수님, 수태고지 성화도 좋다.

류블랴나란 지명은 ‘사랑한다’란 의미의 슬라브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도시. 못 이룬 사랑의 아픔이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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