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인가 무효’ 담양 메타프로방스 사업 ‘오리무중’

공익성 상실 지적속 대법원 사업시행인가 무효 판결

토지수용재결 소송도 원고 승…재판부 “하자 중대”

郡, 땅 헐값에 수용한뒤 민간업체에 매각…특혜 의혹

땅값 재협상·추가 소송 등 사업 정상화 ‘첩첩산중’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주변 명소로 알려진 ‘메타프로방스’ 사업 승인이 무효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지난 11일 나왔다. 사진은 메타프로방스 전경. /담양군 제공

담양군이 ‘전남의 작은 유럽’을 꿈꾸며 야심차게 추진해온 담양 메타프로방스 사업이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대법원은 주민들이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인가 취소 소송과 토지수용재결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익성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담양군은 이에 대해 행정절차를 다시 밟으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땅값 재협상과 추가 소송 가능성 등 사업정상화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메타프로방스 사업의 갈등 상황과 배경, 전망 등을 살펴본다.
 

담양 메타프로방스 내 공사가 중단된 펜션의 모습.

◇메타프로방스 사업은

담양군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말 완공을 목표로 3단계에 걸쳐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 주변 21만3천㎡ 부지에 메타프로방스 전통 놀이마당 유원지를 조성해왔다. 메타길·기후변화체험관·개구리생태공원이 포함된 1단계(12만7천㎡)와 메타숲 광장·체험학습장·카페테리아·특산물판매장이 들어설 3단계(5만㎡)는 담양군이 추진 중이며, 상가 59개동을 비롯해 펜션 34개동, 관광·가족호텔 2개 동 등이 포함된 2단계 메타프로방스 마을 조성사업(13만4천㎡·총사업비 587억원)은 디자인프로방스와 2개 민간기업이 역할 분담을 통해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추진해 온 2단계 사업에서 문제가 터졌다. 2단계 사업에 토지를 강제수용당한 주민들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행정·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지난 2013년 담양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또 해당 주민들이 제기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공정률은 1단계 85%, 3단계는 100%인데 비해 2단계는 70%에 그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4층 78실 규모의 관광호텔은 터파기 상태에서 16개월 이상 중단됐으며, 펜션과 상가동도 50% 정도만 준공됐다. 나머지 펜션들은 공사중단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메타 프로방스 상가 모습.

◇공익성 상실 도마위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메타프로방스 사업이 공익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해 왔다. 담양군이 공공유원지를 조성한다며 주민들로부터 토지를 헐값에 매입해 놓고 막상 이 토지를 민간업자에게 되팔아 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익’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또 공익사업 수행능력이 부족한 유한회사 디자인프로방스를 시행사로 선정한 것은 중대 하자이며, 공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공익시설 부지 등을 제3자에게 팔아 넘긴 것도 명백한 문제라는 판단이었다. 사업시행자가 사업기간 안에 법인을 쪼갠 것도 공익성 상실로 지적됐다. 사업 진행과정에서 법적인 하자도 문제로 거론됐다. 주민들은 실시계획인가 처분 당시 민간 시행자의 토지수용 비율이 ‘70% 이상’이었음에도 군수결제일에는 59%에 불과해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원고 측은 “토지강제수용부터 공익보다 수익을 앞세웠고 기획부동산이나 투기성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도 크다”며 “그럼에도 토지 수용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50여건이나 불법 건축물 준공승인과 등기부등본 작성후 매매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사업인가·토지수용 무효

대법원도 지난 11일 주민들의 이같은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주민 2명이 담양군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인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인가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토교통부령인 도시계획시설규칙에 부합한 점과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거친 점,특히 앞으로 설치될 주요공식시설의 구체적인 설계도면과 시방서 등이 포함된 설계도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디자인프로방스가 메타프로방스 사업의 시행자로 지정할 당시에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의 대상인 토지 면적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또 “공사가 완료되기도 전에 공익시설 부지 등을 제3자에게 팔아 넘긴 점과 중요한 서류가 일부 첨부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후폭풍 불가피

원점으로 돌아간 메타프로방스 사업은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원고 측 외에 토지를 강제수용당한 또다른 주민들과 토지를 협의매각한 주민 등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사업정상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재산권을 이유로 토지반환을 요구하면 군은 재협상을 해야하지만, 이 마저도 땅값이 올라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당시 3.3㎡에 10∼40만원에 수용됐던 땅값은 현재 3.3㎡당 최소 1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토지 소유주들이 철거 소송을 제기할 경우 건물 철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과 펜션 등의 공사중단 상황 지속으로 건설사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불도저식 개발 경종

메타프로방스는 행정당국이 관광수익 만을 뒤쫓아 수익형 관광단지 개발을 밀어붙이는 등 개발 위주 관행에 제동을 건 사례로 꼽힌다. 메타프로방스의 사업 진행과정 처럼 행정당국이 공익에 반해 사업을 추진한다면 언제든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원고측 관계자는 “유원지 개발로 포장해 농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실제로는 공익적 시설이나 자연환경 보전, 도시환경 미화보다는 사익에 치중해 식당,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등 수익형 사업을 펼치는 그릇된 관행에 철퇴를 가한 의미있는 판결”이라며 “제왕적 단체장, 불도저식 행정도 ‘프로방스 사태’에 주된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의 한 변호사도 “담양 메타프로방스 소송은 지자체가 주민을 위한 명분하에 법리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주 원인”이라며 “공익을 앞세운 지자체의 각종 사업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일지> 담양 메타프로방스 사업·소송 일지

▲2007년 3월 1일

전남지사, 담양군수에 소도읍 육성 사업계획 확정 통보

▲2010년 1월 13일

도시·군관리계획(유원지)결정고시

▲2011년 1월 13일

담양군수, 1단계 사업 실시계획인가 고시

▲2012년 2월 16일

담양군수·디자인프로방스 2단계 메타프로방스 사업시행 합의

▲2012년 10월 18일

담양군수, 디자인프로방스 사업시행자 지정

▲2012년 11월 01일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

(군보 고시일)

▲2013년 3월 14일

담양군수 실시계획 인가

▲2013년 3월 20일

실시계획 인가 고시

▲2013년 9월 27일

전남지방토지수용위원회 수용재결

▲2013년 10월 31일

강모씨 등 주민 2명 사업시행계획인가 처분 및 토지수용재결취소소송 제기

▲2014년 8월 14일

토지수용재결·실시계획인가 취소소송

1심 원고 패소

▲2014년 11월 13일

사업부지 제3자에 분할 인가처분 변경 고시

▲2016년 2월 4일

토지수용재결·실시계획인가 취소소송 병행 심리 항소심 원고 승소

▲2016년 6월

대법원 메타프로방스 사업 실시계획인가 효력 정지·토지수용재결 집행정지 신청 인용

▲2017년 7월 11일

토지수용재결·실시계획인가 취소소송

대법원 원고 승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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