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남도에 갔는데 바가지 요금이 없더라…”

“올 여름 남도에 갔는데 바가지 요금이 없더라…”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전남도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남 농어촌에서 올 여름휴가를 보내자’며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내에서, 우리 농어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벌여 보자”며 제안한 후속 조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이번 여름은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그리고 우리 농어촌에서 여름휴가를 보내자는 대국민 캠페인을 한번 벌여 보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농어촌관광 인프라가 좋은 점을 활용, 관광객 안전힐링에 최우선을 두고 캠페인에 나섰다. 전남도민들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전남을 찾은 관광객은 4천만명을 넘어 4천279만명을 기록했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여수시는 지난 2013년 12월 1천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관광객 숫자에 대해 과연 정확하느냐는 의문점은 계속 제기되고 있으나 ‘관광 전남’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남 방문 관광객이 여수에 집중되고 있는데다 인프라 구축 등이 미흡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걱정스러운 분야도 많다. 친절, 청결, 서비스 등 관광의 핵심 3대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휴가철 바가지 요금은 가장 우려되는 부문이다. 비단 전남 지역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쉽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수십년간 계속된 관행이라고 변명하거나 방치해서도 안 되는 문제다. 다른 지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전남지역에서 ‘휴가철 바가지 요금 근절’이란 숙제가 풀리면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올 여름 휴가때 남도에 갔는데 아예 바가지 요금이 없더라… 친절과 청결, 서비스, 안전은 그야말로 짱이고…’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흔히 남도를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관광보고’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관광이나 휴가의 개념이 단순 볼거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볼거리 못지 않게 먹거리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짙다. 나아가 금강산도 식후경(아름다운 금강산의 풍경도 밥을 먹은 후에 구경을 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이라 하지만 잠자리가 불편하면 관광이나 휴가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관광다운 관광, 휴가다운 휴가를 즐겼다고 평가한다.

남도의 현주소는 어떨까? 전남도와 22개 시·군이 각자 ‘관광의 메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각종 인프라와 접근성 부족 등으로 관광객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가는 곳마다 먹거리가 풍성하다 하지만 지역 대표 음식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한식’, ‘생선회’ 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송정역에서 용산역으로 가는 KTX에서 만난 젊은 서울 친구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광주·전남 음식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을 되새겨봐야 한다. “‘전주 비빔밥’, ‘춘천 막국수·닭갈비’, ‘안동 찜닭’ 처럼 지역 대표 음식이 얼른 생각나는 것과 대조적”이라며 아쉬워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숙박시설이 빈약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남도 관광인프라는 열악하다. 게다가 볼거리나 먹거리, 잠자리 개선은 어느정도 기간을 필요로 하는 문제다. 반면 바가지 요금 근절은 많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실제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으나 상인들의 의식 변화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요금을 같이 책정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수기에 비싸게 받는 것은 당연하며, 다만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다고 느끼지 않는 선에서 받아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지역 상인공동체가 여름 휴가철 등 성수기 요금을 비수기 보다 00% 더 받기로 전체 합의한 뒤 이를 반드시 지키는 방법도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지자체가 성수기때 적정한 가격을 받은 상인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이나 비수기때 재정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상인과 지자체가 협의체를 만들어 모든 것을 논의하고 결정한 뒤 합의사항을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도 관광 자원은 현재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반드시 후세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다. 유형 자산도 중요하지만 ‘바가지 요금 없는 남도’라는 무형 자산도 더 없이 소중하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음)하지 말고 올 여름 휴가때부터 이를 지키는 남도 사람들을 다시 한번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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