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범죄 ‘소리 없는 대재앙’…사회 안전망 훼손”

남도일보가 만난 사람=윤명성 광주지방경찰청 경무관

보험범죄 연구로 박사받은 전문가…보험범죄 척결 앞장

사법처리 단계서 처벌 형량도 낮는 등 구조적 문제 지적

심평원 등 관계기관 공조 절실…공인탐정 도입 고려해야
 

윤명성 광주지방경찰청 경무관은 “광주에 난립한 한방병원이 보험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환자 유치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이로 인한 보험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는 자동차사고 발생 후 병원 입원율, 인구 대비 6개월 내 보장성보험 10개 이상 가입률은 전국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방병원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환자 유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보험 범죄를 조장하는 사무장 병원도 급증하고 있다. 환자들은 병원과 짜고 입원·퇴원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받아 보험금을 타내는 범죄도 부쩍 늘었다. 보험과 관련된 범죄가 광주지역 사회 전체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남도일보는 보험 범죄와 관련해 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 등 광주지역 보험 범죄 척결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윤명성 광주지방경찰청 경무관을 만났다.

◇보험범죄 연구로 박사 학위 취득한 전문가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보험수사전문가 등 16명으로 결성된 전국최초로 보험범죄연구회를 창립했다. 보험범죄전담수사관,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협회, 보험사기특별조사관(SIU) 등 보험범죄 관련 전문가들이 망라된 보험범죄연구회를 조직해 보험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출범 이후 연구회는 광주지역 보험범죄 현황과 개설기준 위반 요양기관, 신종 범죄수법 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하는 등 지속적으로 보험범죄 현황과 범죄수법을 분석하고 첩보수집을 통해 보험범죄 근절에 매진하고 있다.

여기에 광주경찰청은 보험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광주시, 금감원,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병병원협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보험 범죄 척결에 탄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처럼 보험 범죄 척결을 위해 적극적인 인물은 보험범죄 특별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윤명성 (광주청 2부장) 경무관이다. 보험범죄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던 윤 경무관은 보험 범죄의 해악과 적극적 대처의 중요성을 역설해 연구회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으며, “보험 범죄 척결에 열정을 가진 전문가들이 추가로 참여해 연구회의 역량을 더욱 확대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윤 경무관이 진두지휘하는 특별수사팀은 지난 3월28일부터 5월까지 보험사기로 41건을 적발, 196명을 검거하고 이중 6명을 구속했다. 오는 9월 30일까지 특별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지방경찰청은 18일 오전 10시 보험범죄전담수사관, 금융감독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협회, 보험사기특별조사관(SIU) 등 보험범죄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제4차 보험범죄연구회 회의를 갖고 보험 범죄 척결에 앞장서자고 다짐했다./광주경찰청 제공

◇“광주 보험 범죄 징후 매우 안좋다”

보험 범죄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로 윤 경무관은 광주지역 보험 범죄 징후가 매우 좋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윤 경무관은 “광주에 난립한 한방병원이 보험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서 “광주 인구는 전국의 2.9% 수준인데, 한방병원은 전국 300여개 한방병원 중 100여개(33%)가 몰려있다. 이런 탓에 환자 유치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한 보험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자동차 사고 환자 입원 비율도 전국 최고이며, 보험회사 손해율도 광주 지역이 가장 높다”고 광주지역 보험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보험 범죄를 예방하고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윤 경무관의 판단이다.

윤 경무관은 “보험범죄 수사에는 사건의 특성상 많은 경찰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입원의 적정성 심사 기간이 너무 길어 건강보험공단 등 관계 기관 간 긴밀한 공조가 절실하다. 또한 보험사에서 보험사기 의심 사건을 자체 조사하는 특별조사팀(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은 조사권도 없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경무관은 이어 “그동안 처벌 단계에서 보험범죄자들은 쉽게 빠져나가고 형량도 낮았다. 보험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이다. 범죄학 이론상 형벌의 확실성, 엄격성, 신속성이 확보되면 범죄는 억제된다”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인탐정법이 통과되면, 외국처럼 일정한 조사권을 부여받은 공인탐정 제도를 활용해 보험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공인탐정 제도로 일자리 1만5천여개가 창출된다고 하니 국민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중대 범죄라는 인식 필요”

보험 범죄 척결을 위해서는 보험금이 눈 먼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윤 경무관은 “우리는 보험을 통해서 온갖 위험에 대비해 안정된 장래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보험범죄는 인위적으로 사고를 발생시켜서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보험제도의 근간을 파괴한다”면서 “보험제도의 붕괴는 결국 위기가 닥쳤을 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고 진단했다.

윤 경무관은 이어 “이 때문에 보험범죄를 ‘소리 없는 대재앙’(Quiet Catastroph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며 “보험사기 행위는 사회 안전망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은 인식하고 우리 모두 ‘보험금은 임자 없는 돈,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백억원대 보험금 수령 범죄 잇따라 적발

건강보험 재정에 심각한 영향 초래

부당 이득도 환수는 겨우 8%불과

최근 광주지역에서는 비의료인(사무장)이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를 고용하고 선량한 시민들을 가짜 환자로 둔갑시켜 보험 범죄에 가담하게 하는 사무장 병원이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지난 4월 의사를 고용, 한방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와 보험금을 가로챈 사무장 병원 운영자 2명과 한의사가 구속되고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은 환자 165명이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병원 운영자들은 광주에서 한방병원 2곳을 운영하며 4년간 요양급여와 보험금 139억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지난 5일에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100억원대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타낸 의료재단 이사장과 면허를 빌려준 의사와 간호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번 사례에서는 사무장 병원을 단속해야 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 병원 관계자로부터 접대와 병원 매점 운영권까지 받고 단속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보험범죄에 나선 이들 병원들은 가족과 지인으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아 입원시키고 무단 외출·외박을 허용해줬다. 환자들이 입·퇴원 한 번씩만 병원을 방문했는데도 매일 치료받은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요양급여와 보험금을 청구해 받아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무장 병원으로 적발된 의료기관은 총 1천172곳이다. 이들 병원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당하게 받아 챙긴 돈은 총 1조5천318억4천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 환수에 나서 실제로 되찾은 액수는 8%에 불과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윤명성 광주지방경찰청 경무관이 걸어온 길

-1965년 전남 나주 출생

-경찰대 법학과 졸업

-연세대 행정대학원 법학 석사

-동국대 대학원 범죄학 박사

-전남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전남 화순경찰서장

-202 경비단장

-서울 종로 경찰서장

▲주요 논문

-보험 범죄의 실태 분석 및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박사 논문)

-현행 즉결 심판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석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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