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이른바 3김씨.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불세출의 영웅인가. 난세의 호걸인가. 넘어져도 바로 일어서는 오뚜긴가. 아니면 언론의 밥인가. 욕과 욕심의 화신(化身))인가.
모든 의문을 대변하듯 3김씨의 역정은 파란만장하다. YS는 중학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며 야망을 불태웠다. 국회의원 최연소 당선기록도 있다. 9선 기록도 깨지지 않고 있다. 비교적 평탄한 과정을 거쳐 중학생때의 꿈인 대통령을 역임한 행운아다.
DJ는 끈기의 대명사다. 국회의원도 3번 낙선후에 당선됐다. 다섯번의 죽을 고비와 감옥, 망명생활도 했다. 대통령이 되기위해 3번씩이나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정계를 은퇴하고 다시 복귀, 대권을 거머쥔 최후의 승자다.
JP는 만년 2인자나 세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36세때 쿠데타로 민주당 정권을 전복시킨 기획자로 박정희 정권에서 총리를 지냈다. 3당합당을 통해 YS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고, 내각제를 매개로 DJ도 또한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그럼에도 3김씨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DJ는 언론이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고 있다. 87년 대통령 불출마, 92년 정계은퇴, 99년 내각제개헌 약속 번복 등이 빌미다. 그리고 정치보복, 야당총재 예우 등의 약속도 반찬거리다.
YS는 철부지나 치매환자쯤으로 묘사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친자인 현철씨에게라도 존경받는 아버지로 남기 바란다. 그것도 어려우면 손주들의 재롱속에 여생을 마치는 것이 그나마 지혜로운 선택이란 점을 깨닫기 바란다”고 조롱하는 듯한 성명을 내놓고 있다.
JP는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어느 언론인은 “차기 운운하지만 밤낮 실컷 이용만 당한 뒤에 팽(烹)신세가 되곤 했던 그에게 그걸 대체 무엇이 보장해준단 말인가. 하지만 그쪽이 한결 ‘해피’하다고 생각한다면 말릴 이유가 없다”고 오장을 뒤짚는 칼럼을 썼다.
물론 이런저런 지적은 옳다고 볼 수 있다. 3김씨는 우리의 정치무대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향유했다. 그렇지만 언론의 지적에도 간과한 것이 있다. 그들이 오늘에 이른 것은 어쩌면 그들의 능력이다. 지역패권을 이용했건 후계자를 기르지 않는 것도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그들이 40대 기수론을 제기했던 60대말은 오늘과 다르지 않다. 당시 신민당 유진산(柳珍山)당수는 DJ, YS, 이철승 등에게 구상유취(口尙乳臭)하다고 했다. 곧 젖비린 내가 난다고 했지만 그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3김씨에 대한 비난중 단골메뉴는 후계자 양성문제다. 후계자를 내놓고 양성하지 않는 것은 어느 면에서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랬듯 차세대 리더는 당사자들의 지혜와 투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차세대 주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우리 정치의 불행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미래의 유망주는 보이지 않는다. 이회창총재는 왜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없는지를 심각하게 헤아려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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