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고용 합리화의 계기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고용 합리화의 계기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2018년도 최저임금은? 7천530원.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했다. 2017년 최저임금은 6천47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는 큰 충격이다. 사용자는 노동시간으로 표현되는 노동량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의 마련이 다급하다. 한편 시간급 노동자는 희망을 품으면서도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노동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양이다. 이러한 점에서 청년 노동자도 자유롭지 않다.

청년 임금노동자가 최종학교 졸업(중퇴) 뒤 첫 직장을 잡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6개월이다. 청년 임금노동자 254만6천 명은 1년 2.7개월에 첫 직장을 그만뒀다. 지난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의 내용이다. 2017년 5월 현재 청년(15~29세) 임금노동자는 409만2천 명이다. 청년 임금노동자의 첫 취업 소요기간이 6개월 미만은 63.4%이고, 3년 이상은 9.7%이다. 첫 일자리가 현재 직장인 청년 임금노동자의 비중은 37.8%이고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 1.2개월이다. 청년 임금노동자 전체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7개월로 나타났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는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51.0%로 가장 높고, 건강, 육아, 결혼 등 개인·가족적 이유는 13.7%, 임시적, 계절적인 일의 완료, 계약기간 끝남은 12.1%로 나타났다.

청년 임금노동자의 62.2%는 1년 2개월여 만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잡은 청년이다. 이는 청년임금노동자가 충분히 숙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직장을 떠났음을 뜻한다. 숙련은 3년 정도 근속해야 무르익는다. 근속 3년은 되어야 노동자가 밥값을 한다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사용자는 청년 임금노동자에 대하여 인적자본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욕심을 내지 못한다. 입사 후 1년 2개월이 지날 무렵에 자신의 사업장을 떠날 가능성이 큰 청년 임금노동자에게 기업에서 특수한 인적자본투자로 생각되는 훈련을 시킬 리 만무하다. 훈련에는 훈련비용이 반드시 따르는데, 훈련받은 노동자가 조기에 이직하면 훈련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첫 직장을 떠나는 청년 임금노동자는 직업윤리를 익히지도 못 하고 업무역량(capability)을 충분히 기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하다 보니, 제2차 직장에서도 장기간 근속하기 힘든 조건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말려 들어가면,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메뚜기 신세에서 탈피하기 어렵다. 메뚜기 노동자 생활이 길어지면 나중에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보인다.

임금노동자는 임금과 노동시간에 민감하기 마련이다. 노동소득은 임금과 노동시간이 결정한다. 임금이 높으면, 노동시간이 길지 않아도 노동자 자신이 정한 목표소득을 달성할 수 있다. 반면에 임금이 낮은 조건에서 목표소득을 달성하려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 저임금은 곧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다. 임금노동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과 같은 근로여건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임금을 제시하고, 더 짧은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일자리로 이동하고자 한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청년 임금노동자가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 중에서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51.0%로 가장 비중이 높은 점도 이해된다.

2018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이제 근로여건 불만족은 조금은 줄어들 거다. 사용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거대 물량 투입과 같은 장시간 노동을 노동자에게 강요할 수 없다. 사용자는 업무 집중도가 높은 임금 노동자를 선호할 거고, 노동자는 더 짧은 시간을 노동해도 2017년 수준의 노동소득을 벌 수 있기에 일에 더욱더 집중할 거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 합리화, 즉 사용자에게는 노동량과 업무의 합리화를 촉진하고, 청년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자에게는 업무 집중도와 근로 여건 만족도를 높이고 근속기간의 장기화를 촉진하는 계기로 보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