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와 큰 목소리가 법을 이겨먹는 나라

생떼와 큰 목소리가 법을 이겨먹는 나라

<최혁 남도일보 주필>
 

이쯤 되면 강도들도 “나는 양심수”라며 석방을 요구하고 나설지 모르겠다. 이 나라를 한번 뒤엎어보자고 선동한 혐의로 징역 9년형을 살고 있는 이석기씨에 대해 “그는 양심수이니 석방해야 한다”고 나대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사법기관은 그를 양심수로 볼까? 그렇지 않다. 그는 내란선동 혐의로 실형을 받은 범죄자다. 만약 내란선동이 양심에 해당되는 행위라면 강도나 살인도 양심에 따른 행위로 우길 수 있다. 법체계의 붕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란선동자를 양심수라 부르며 석방을 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저명인사들이 많다. 국민들은 극심한 혼란을 느낀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원들이 스스로 법의 권위를 무시하면서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으니 이게 과연 올바른 일인가? 또 국민이 법에 의해 선출한 교육감들이 실정법을 위반한 사람을 그냥 풀어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학생교육을 어떻게 감당할까? 학생들이 시험을 보다가 남의 답안을 훔쳐보고도 “양심에 따라 그랬다”고 말하면 용서해줄 것인가? 판단의 기준이 뒤죽박죽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교회언론회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내란선동도 양심에 의한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이들의 논평을 부분적으로 그대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인사들이 소위 ‘보라색 엽서’를 통해 2015년 1월 22일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선동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은 전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전 의원 등을 ‘양심수’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석방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동조하는 인사로는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송기헌, 원혜영, 박광온, 김영주 의원 등이며 그 외에 이재명 성남 시장,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최교진 세종시 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 진보 성향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중략)

그런데 국민들의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과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라고 선출된 전·현직 교육감들이 국가 법률에 의해, ‘내란 선동 혐의’로 수감 중인 범법자를 ‘양심수’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에게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어느 나라 지도자이며, 떼 법인지 알 수가 없으며 그야말로 양심과 책임감이 없는 ‘비 양심의 정치적 선동’으로 들린다.

국가의 근간은 ‘법률’이다. 국회의원들도 ‘법률’에 의해서 선출되었고, 그들은 국민들의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한 법률을 만드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기존의 ‘법률’을 무시하고, 편향된 이념과 국가의 안위를 위협할 ‘이적 단체’와 그 책임 위치에 있던 사람을 ‘양심수’로 부르는 저의가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허물자는 작당인가?

그리고 국가를 위하여 진정으로 애쓰고 수고하며, 준법을 지키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비양심적’인지를 묻고 싶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진보 정당이 득세하고 있으나 우리 대한민국의 주권재민은 시퍼렇게 살아 있으며 국민들은 두 눈 크게 뜨고 현 정권과 이번에 왜곡된 ‘양심’을 들먹이는 인사들을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라.(후략)’

경북 성주에서는 법과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성주주민이 사드기지 앞에서 몇 달째 도로를 막고 통과차량을 ‘검문’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경찰은 불상사가 일어날 까봐 이를 묵인하고 있다. 차량을 통해 기지 안으로 장비와 보급품을 수송할 수 없자 군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이를 옮기고 있다. 경찰과 군이 민간인의 도로통제와 검문 때문에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너무도 쉽게 뒤집어지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 보여줬던 겸손함과 포용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의아스럽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13일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를 발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어찌 보면 ‘떼’와 ‘목소리’에 밀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는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를 발행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를 취소해버린 것이다. 어느 사이 이 나라는 진보가 목소리를 키우면 국가기관이 꼬리를 내리고 설설 기는 그런 우스운 나라가 돼 버렸다.

법과 공권력, 그리고 국가기관의 결정보다 진보세력의 떼와 목소리를 우선하는 경솔함은 문재인 정권에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법의 권위와 엄정함은 훼손돼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것은 법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지금, 가치판단의 기준은 법이 돼야만 한다. 그 법이 잘못됐다면 개정해서 지켜야 한다. 그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단논리로 법을 무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파괴다. 그게 심해지면 보수의 촛불이 피어오른다. 혼란이다. 중용의 미덕이 아쉬운 세월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