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전라도 농업을 빛낸 선구자>

⑤ ‘친환경 파프리카’ 강진의 명동주 대표

생소한 파프리카 전남 최초 도입·재배 성공

‘파프리카 백과사전’발간…기술·경험 나눈 ‘공유의 승리’

네덜란드 선진 기법·친환경 천적 농업 개발 고소득 ‘효자’

일본시장 개척…연간 2천200여t 생산·3천400만불 수출
 

명동주 아트팜영농조합 대표는 지난 97년 전남 최초로 파프리카를 도입해 재배에 성공한 후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전남 강진 아트팜영농조합법인 직원들이 파프리카 농장에서 어른 주먹보다 큰 선명한 색깔의 파프리카를 수확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 아트팜영농조합법인 파프리카 농장 모습.

최근 전남산 농수산물은 미래 수출 유망 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전남의 농수산물 수출액은 3억2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7% 증가했다. 2013년 연간 수출액 2억9천만 달러, 2014년 3억 달러도 이미 넘어선 셈이다. 농수산물 수출을 국내에서 생산된 작물을 해외시장에 내다 파는 측면으로만 생각한다면 그 규모는 여전히 크지 않다. 하지만 농수산물 수출은 한국 농업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전남산 파프리카는 수출 효자작목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파프리카가 우리나라는 물론 전남의 효자 수출상품으로 자리매김을 한 데는 강진군 군동면 아트팜영농조합법인 명동주(56) 대표와 그 조합원들의 힘이 컸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시설환경과 파프리카 재배기술’ 이라는 책이 놓인다. 파프리카 재배 지침서다. 유럽 최첨단 원예이론과 시설환경이론을 한국농가에 접목시켜 우리 농업이 활용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아트팜영농조합은 지난 97년 전남 최초로 파프리카를 도입해 재배에 성공한 후 생산량의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명 대표는 “재배현장의 기술이 배제된 농사 이론만 가지고는 농사를 짓기 어렵다”며 어렵게 확보한 파프리카 재배법을 ‘완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남과 강진을 파프리카 등 고급 농작물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욕이다.

■‘파프리카 백과사전’ 발간과 기술 공유=이 책은 산학(産學)협동의 산물이다. 현장의 ‘기술자’인 명 대표와 나루컨설팅 이정필 박사, 전남대학교 이정현 교수, 이상돈 써브스트라투스코리아 대표이사와 바트 헬레만 써브스트라투스코리아 기술이사(벨기에 루벤대학 출신 파프리카 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5년여의 작업으로 완성했다. 2005년의 일이다.

파프리카는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이론과 기술이 없어 시행착오가 많았을 뿐 아니라, 농가가 수출시장에서 요구하는 여러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시설환경과 파프리카 재배기술’ 책은 고품질 파프리카 생산을 위한 시설환경 제어기술과 파프리카 환경관리의 목표와 방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재배에 앞서 해야 할 준비 및 점검사항과 컬러사진 자료를 통한 주요 생리장해 및 대책 등을 총망라했다. 한 마디로 파프리카 재배기술의 지침서라 할 만하다. 이 책과 열정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것이다.

지침서가 있고, ‘새로운 농사’에 성공한 농장이 든든한 멘토로 곁에 있으니 이 지역이 파프리카의 명소가 된 것은 당연하다. 이 ‘성공담’이 시사하는 새로운 뜻은 공유가 만드는 큰 가능성이다. 노하우·기술·방법 등을 함께 나눌 때 얻게 되는 이득을 말하는 것이다. 이후 파프리카의 경험과 연구로 그는 전남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유리온실 컴퓨터제어 신기술 등 이식 성공이 비결=우루과이라운드(UR)로 농산물시장 개방 바람이 거세게 불던 1994년 뜻을 함께 하는 5인이 강진에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했다. 그는 당시 농업 재배기술 분야를 담당했다. 그가 대학 시절 부럽기만 했던 네덜란드의 첨단 유리온실을 강진에 세웠다. 모두 전 재산을 털었다. 20억원이 들었는데 정부 보조금이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일본에서는 파프리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일본 시장의 대부분을 네덜란드 파프리카가 장악하고 있었다. 파프리카가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작목이라고 확신했다.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고 네덜란드로부터 파프리카 유리온실의 컴퓨터제어 등을 맡아줄 전문가를 모셔왔다. 배운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기도 쉽지 않았다. 밤을 고박 지새우며 파프리카 생육상태를 꼼꼼히 관찰했다. 파프리카 유리온실에서의 농사에 몰두했다. 네덜란드 전문가에게서 전수받은 재배법과 자신이 몸소 겪은 시행착오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기술이 없어 당했던 손실과 절망감을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이었다.

친환경적인 재배만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안이라는 생각에 1999년 천적(天敵)농법을 도입해 친환경 농법을 확립했다.

그는 친환경 농법을 도태로 에너지 절감과 수확물을 더욱 향상시켜 생산량을 높이고 관련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본시장 개척…연간 3천400만 달러 수출=이런 성과는 고품질과 고부가가치화의 큰 열쇠가 됐다. 이런 노력 끝에 일본에 파프리카를 첫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전북과 경남의 파프리카 농가들도 일본시장 개척에 힘을 합쳤다. ‘파프리카 한국’의 깃발이 휘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아트팜영농법인이 포함된 신선농산물 수출회사인 탐진들㈜은 지난해 2천200여t을 생산해 3천4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팜 농장에서 생산되는 파프리카는 선별, 세척, 포장 등을 거쳐 선적에 들어가 일본 소비자 식탁에 오른다.

최첨단 자동화 시설로 일본과 국내 검역당국의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를 모두 통과했으며 색상과 맛, 향 등 품질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파프리카 수출은 가격 등락이 심한 국내시장과는 달리 안정적인 가격 유지가 가능해 농가로서도 장점이 크다.

무엇보다 ‘성공 농업인’ 명동주 대표는 초심(初心)을 잃지 않으려고 늘 자신을 경계한다. 이웃과 후배들을 먼저 챙긴다. ‘튼튼한 공동체로서의 농촌’에 우리의 미래가 가치가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파프리카는 비타민 C와 면역력을 높이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감기나 여름철에 더위 먹는 것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에 수확되는 것은 멜라닌 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피부 트러블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혈관을 정화하는 작용으로 탄력 있는 피부를 가꾸는데도 좋은 식품이다./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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