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린 후배에게 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가버린 후배에게 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가버린 후배에게 주신 은혜, 감사드립니다. 지난 한주는 무척 고통스러웠습니다. 남도일보 편집국 책임자로서 후배를 잃은 고통이 너무 컸습니다. ‘우다방 편지’를 한자 한자 채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도저히 믿겨지지 않습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이번주 ‘우다방 편지’에 멀리 떠난 후배를 그리며, 그를 보살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띄워 보내지 않으면 도저히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주십시오.

지난 26일자 사설에서 추모했듯이 본사 경제부 정응래 차장을 저 세상으로 보냈습니다. 정 차장은 지난 25일 새벽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럽게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 49세로 어쩌면 ‘꽃다운 나이’에 후배는 작별을 고했습니다. 제게 남긴 마지막 말은 전날 저녁 “퇴근하겠습니다”가 전부였습니다. 고인은 나이드신 홀어머니와 아내,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남겨두고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소중하지 않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지만 후배는 요즘 보기 드물게 착실한 친구였습니다. 어머니에겐 효자, 아내와 딸에겐 자상한 가장, 회사에겐 성실한 직원이었습니다. 저녁 회식을 하면서도 맛있는 음식 앞에선 모시고 살던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종종 어머니께서 좋아하신 족발이나 통닭을 사들고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주말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고흥 대서 진외가(陳外家·아버지의 외가)에 다녀올 만큼 효자였습니다.

신문사 경영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웃는 얼굴로 아내와 딸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회사 봉급 통장도 아내 명의 계좌를 사용할 정도로 가정적인 후배였습니다. 회사 일에는 누구보다 먼저 앞장선 모범사원이었습니다. 신문 독자 확장도 항상 1·2위를 다툴 정도였습니다. 언젠가는 1등 부상으로 받은 동남아 여행상품권으로 어머니와 아내를 여행 보내기도 했습니다. 올 하반기 신문 독자확장 기간에도 후배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날까지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회사 행사에도 단 한번 빠진 적이 없는 자랑스런 후배였습니다. 10여년간의 어려움을 참아내며 새 주인을 만나 더 좋은 환경에서 기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여건에서 떠나 보내 더욱 더 안타까울 뿐입니다.

후배를 잃은지 1주일이 지났으나 편집국장 방에 들러 “퇴근하겠습니다”라는 인사를 할 것 같아 매일 기다려집니다. 혹시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것 같아 휴대폰을 보곤합니다. 모두 부질없는 일인 줄을 알면서도…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습니다.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만큼 큰 불효는 없다고 했습니다. 살아 생전 누구보다 효자였던 후배는 이젠 불효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공직에 몸담고 있는 둘째 형의 말처럼 다른 사람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지 못하고 떠났습니다. 둘째 형은 장례 기간 내내 “여러 사람에게 은혜만 입고, 신세만 지고 떠난 못난 동생”이라며 펑펑 우셨습니다. 얼마나 슬픔이 컸으면 다시는 못올 머나먼 길을 떠난 동생을 나무랐겠습니까?

그런 둘째 형의 울부짖음을 듣고 이번 ‘우다방 편지’를 써내려갑니다. 이 지역 거의 모든 지방신문사 사정이 좋지 않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기자로서 본분을 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신문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는 일념으로 뛰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낙후된 지역 발전과 지방 분권 완성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때론 오해를 받거나 지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도 인간인지라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서로 큰 도움을 주고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기자로서 책무를 다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떠난 후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수한 적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진 적도 있고, 도움을 준 적도 있었습니다. 성품이 너무 고와 안팎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기자로서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넘기는 그런 착한 후배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 모든 것을 과거속으로 묻어야 합니다. 후배의 장점도, 단점도 한줌의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둘째 형의 말처럼 여러 사람들로부터 신세만 지고 떠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후배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은혜를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장례식때 슬픔을 함께 나눠준 선·후배, 동료기자들과 조문객들께 머리숙여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후배를 갑자기 보낸 유가족의 아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다방 편지’를 통해 슬픔을 나누고 은혜를 주신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는 것이 편집국장으로서 도리일 것 같아 두서없이 편지를 썼습니다. 무례했다면 거듭 용서를 구하고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후배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보살펴주는 분들께 언론계 선배이자 편집국장으로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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