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부세요’ 대낮에 한잔하고 운전했다간…

경찰, 휴가철 낮 시간 음주운전 집중단속

피서지 인근서 주야간 구분없이 상시 진행

경찰이 지난 1일부터 여름 휴가철 음주운전특별단속에 나선 가운데 광주 북부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 5일 오후 2시께 북구 충장사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음주 운전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한아리 수습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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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1시50분께 광주 동구 학운초등학교 앞. 주간 음주단속중인 경찰 무전기에서 음주운전 감지 신호음이 울렸다. 단속을 시작한 지 20여분만에 음주운전자 A씨가 첫 적발됐다.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94%로 측정됐다. 면허 100일 정지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A씨는 얼마나 마셨냐는 경찰 질문에 “어제 마신 술이 덜 깬 것 같다”며 “대낮에 음주단속을 할 지는 꿈에도 몰랐다”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경찰은 이날 38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제복이 땀에 흠뻑 젖은 채 한 손에는 경광봉, 다른 한 손에는 음주측정기를 들고 단속을 실시했다.

비슷한 시간, 광주 북구 금곡동 충장사 인근 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일제히 단속이 시작되자 주말 피서객들의 차량이 길게 멈춰섰다. 단속 50여분만에 음주감지기가 한 운전자 앞에서 울려댔다. 경찰은 운전자 B씨를 내리게 한 뒤 준비된 경찰 차 버스로 데려가 음주 측정을 했다.

“후~부세요” 경찰관 요청에 B씨는 음주 측정기에 긴 숨을 불어넣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나온 혈중알코올농도는 0.044%. 운전면허 정지 수준인 0.05%보다 낮은 수치였다. 0.006%차로 안도의 한숨을 돌린 B씨는 “한 시간 전에 친구 부모님 병문안을 갔다가 점심을 먹으며 반주로 소주 3잔을 먹었습니다”라며 음주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광주 경찰은 이날과 6일 이틀동안 동구 증심사 진입로·서구 서창 백마교차로·남구 빛고을CC 교차로·북구 충장사 인근 사거리·광산구 송산 유원지 진입로 등 5곳에서 주말·휴일 낮시간 피서지 주변 특별음주단속을 실시했다. 점심 직후인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경찰은 여름 휴가철 음주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주요 피서지 인근 도로에서 주·야간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불시에 음주 단속을 실시중이다. 또 피서지 주변 상습 정체 구역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주정차 관리·단속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경찰이 불시에 실시한 주간 음주단속으로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운전자와 시민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구 금곡동 충장사 인근에서 만난 운전자 김모(36)씨는 “산에서 술 먹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낮에도 음주단속을 하면 사람들이 경각심 갖고 음주운전을 줄이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북구 충장사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정모(73·여)씨도 “무더위에 경찰들이 고생이 정말 많다”며 “계곡 근처라 낮술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낮에도 이렇게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동진 광주 북부경찰서 교통안전계 팀장은 “여름 휴가철 무등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안전과 음주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해 수시로 음주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조금이라도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려져 대형사고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한 잔이라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다란 수습기자 kdr@namdonews.com·/김영창 수습기자 seo@namdonews.com·/한아리 수습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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