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의대 정원‘49명’을 잡아라

전북 흡수·타지역 신설·국립보건의대 ‘3파전’

목포대·순천대 의료 낙후지역 명분 유치전 가세

교육부가 재단 비리로 갖은 위기를 겪어 온 서남대(전북 남원시 소재)의 폐교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 2일 서울시립대와 학교법인 삼육학원(삼육대)이 제출한 학교법인 서남학원 정상화 계획서(인수안)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서남대에 대해 폐교 가능성을 포함, 강력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서남대는 설립자인 이홍하 전 이사장의 교비 횡령 등을 겪으며 재정이 계속 악화돼 왔다. 이에 따라 대학가와 의료계는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이 어디로 배정될 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의대 ‘49명’각축 3파전 가닥=서남대 폐교가 최종 확정될 경우 이는 의대 폐지의 첫 사례다. 의대 첫 신설을 연대 의대 전신인 국립병원 광혜원으로 보면 1885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서남대가 폐교되더라도 의대 정원은 폐지에 따라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료전공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연구결과가 가장 큰 근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연구한 ‘2017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 의사는 7천6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장기 수급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의대 정원은 다른 모집단위와는 달리 대학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의료인력 수급현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의대 설립을 원하더라도 대학 마음대로 신설할 수 없는 이유다.

의대 정원이 유지될 경우 서남대가 가진 49명의 정원은 타 대학이 흡수하게 된다. 이미 의대를 가지고 있던 대학의 정원을 늘리는 방법이나 의대가 없던 대학에 새로 신설하는 두 가지 방안으로 나뉜다. 서울시립대와 삼육대 등의 서남대 인수 경쟁도 사실상 의대 확보를 둘러싼 경쟁에서 시작됐다. 의대 신설이 정부의 결단 없이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쉽게 의대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의대 보유 대학으로 흡수되는 경우 서남대와 동일한 전북 소재 대학인 전북대와 원광대로 흡수되는 방안이 점쳐진다. 지역 안배를 고려해 의대 정원이 배분된 만큼 기존 전북 인원을 그대로 안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의대 설립을 추진해왔던 전남 소재 목포대와 순천대도 의대 정원 확보를 노리고 있다. 두 대학은 의료낙후지역의 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일 목포대 총장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목포대 의대 유치의 필요성을 적극 홍보해 의료낙후지역인 전남에 소재한 목포대에 의대가 신설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7일 밝혔다.

◇목포대·순천대 유치전 가세=현재 전남 지역에는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의대가 하나도 없는 상태다. 광주에 전남대 조선대가, 전북에 서남대 원광대 전북대가 있을 뿐이다. 목포대가 의대 유치에 나선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목포대는 지난 30여 년간 의대 신설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적극적으로 유치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순천대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순천대는 1996년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 이후 약대 같은 유관 학과를 신설하는 등 지난 20년간 의대 설립을 위한 기초작업을 벌여왔다. 순천대는 전남 동부 지역에 산업단지가 밀집해 대형 사고나 산업재해에 대비한 종합의료기관 설립이 시급하다는 점도 들었다.

공주대와 창원대 역시 목포대, 순천대와 유사한 명분을 앞세워 서남대 의대 정원 흡수를 노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해온 국립보건의대의 설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의사 수 부족 문제와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공공보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립보건의대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순천이 지역구인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지난해 7월 국립보건의대 법안을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법안은 사실상 순천에 보건의대를 유치하기 위한 법안이었지만 국정농단 사태와 대선 국면으로 상정도 되지 못한 채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서남대 폐지에 따른 의대 정원 조정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조율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지역 의료계 한 인사는 “서남대 의대 정원을 놓고 대학과 지역들이 저마다 명분을 내세워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서남대) 폐교가 현실화 될 경우 정부 차원에서 논의를 거쳐 인근(전북) 대학으로 정원을 옮기기나 다른 지역 배치, 국립보건의대 설립 쪽으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