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전지현·우사인 볼트의 닮은 꼴, 다른 꼴

안철수와 전지현·우사인 볼트의 닮은 꼴, 다른 꼴

<최혁 남도일보 주필>
 

배용준과 전지현은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배우들이다. 인기가 높지만 대중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은 ‘가끔씩’ 영화나 TV드라마에 등장해 존재감을 높인다. 그러면 다소 하향세를 보이던 그들의 인기는 상승세를 유지한다, 최소한 보합세이다. 그들은 토크쇼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게 독이다. 숨어있으면서 대중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이끌어내는 신비주의 전략과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TV광고 노출빈도에 있어서 전지현은 신비주의 전략을 다소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치킨광고에 등장해 입맛을 다시는 그녀는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전지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 역할을 맡으면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뜨게 한 여배우니, 치킨업계에서 전지현은 로또다. 그래서 거액의 광고출연료를 내세워 그녀를 유혹했고, 전지현은 넘어갔다.

전지현은 광고시장에서만큼은 노출빈도가 많으니 ‘신비한 그녀’가 아니다. 오히려 광고대행사들은 ‘전지현과 대중들과의 동일시’를 통해 전지현을 옆집 아줌마로 끌어내리고 있다. 그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심리조작의 필요성 때문이다. ‘치킨을 저렇게 맛있게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으니 얼마든지, 걱정하지 말고 치킨을 주문해서 드시라’는 부추김이 자리하고 있다. 천만의 말씀, 튀긴 치킨은 살을 찌도록 만든다. 정직하지 못한 광고다.

전지현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예전 같지만은 않다. 기자 생각으로는 거액의 출연료에 코가 꿰어 신비주의 전략을 포기한 것이 이유 중의 하나다. 노출빈도가 많아졌는데, 그럴수록 설현과의 경쟁에서는 밀리는 것도 이유다. 대중들은 전지현보다 14살이나 더 어리고 미혼인 설현에게 마음을 줄 수밖에 없다. 치킨 먹으며 웃는 전지현보다, 쭉 뻗은 다리에 눈꼬리 웃음을 흘리는 설현이 더 좋아 보인다.

대세는 그렇게 바뀐다. 10년 동안 단거리 육상계의 황제로 군림했던 우사인 볼트도 마찬가지다. 자메이카 출신의 우사인 볼트는 지난 10년 동안 올림픽 금메달 10개, 세계선수권 금메달 11개를 휩쓸며 절대강자로 자리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미터 경기에서는 3위인 동메달에 그쳤다. 언론들은 ‘전설처럼 막 내린 볼트 10년 천하’라고 제목을 뽑았다.

경기 직후 볼트는 나이 탓인지 달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달리고 나면 다리가 아프다고도 말했다. 그의 말에는 받아들임이 엿보인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 스프린터로서 한계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경기 직후 볼트는 겸손했다. 그래서 1위를 차지한 저스틴 개틀린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했고, 개틀린은 황제에게 인사하듯 볼트에게 최대한의 경의를 나타냈다. 그런 볼트에게 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볼트는 1위는 잃었지만 대중을 얻었다.

그러고 보면 ‘들고 남’(進退)이 중요하다. 잘 살려면 앞장 설 때와 뒤로 물러설 때를 잘 가려야 한다. 바다는 밀물과 썰물을 통해 해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찰랑찰랑 계속 차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비움과 여백이 있어야 채울 것이 있다. 계속 채워진 상태는 위기를 부른다. 소화불량에 걸리던지, 아니면 염증과 권태를 부른다. 무엇이든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옛사람들은 부족한 것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고 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다시 대표가 되겠다고 나섰다.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며 그를 설득하러 갔던 많은 이들이 “벽(壁)을 만나고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같은 당 이상돈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을 겨냥해 ‘bullshit’(헛소리)라고 까지 말했다. “터무니없는 나르시시즘”이라는 말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안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 입에서 나온 말이니 충격이 크다.

안 전 대표는 박원순 변호사에게 ‘통 큰 양보’를 하면서 호기심을 일으킨 사람이다. 호기심과 호감은 ‘몇 번의 후퇴’를 통해 실망감으로 변질됐다. ‘강철수’로의 변신을 통해 반전을 노렸으나 결과는 대선 3등이었다. 그런데 안 후보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저 자리는 내 것이라며 1위 시상대만 바라보고 있다. 호남지역민들의 건강상태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나만 먹어줘야(선택해야)한다고 들이대고 있다. 지나치다. 그러다 훅~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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