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오피니언 칼럼
박상신 소설가의 남도일보 '남도시론'정치보복과 적폐청산 그리고 헌법…

정치보복과 적폐청산 그리고 헌법…

<박상신 소설가>
 

박상신 소설가
 

적폐청산이란 무엇인가. 이는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弊端)을 청산한다는 의미로 잘못된 비리나 불의를 바로잡는다’라는 뜻이다.

얼마 전,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댓글사건을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민간인 댓글부대 일명 ‘사이버외곽팀’의 실체가 밝혀지고 그 규모는 총 30개에 달하며 민간인 3천500명 가량이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시절 정권유지와 권력 재창출을 위해 국정원을 그들의 입맛대로 사조직화했고 비위 사실이 이번 발표에서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주요 정치인들을 사찰한 증거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작태라 아니할 수 없다.

당시 국정원장인 원세훈과 그것을 지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만무해 보인다. 국민의 눈에는 그들의 행위가 또 다른 국정농단이며 국기문란 행위이고 적폐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순간 민주주의가 멈춰버린 듯 국민의 가슴속엔 자괴감마저 드는 것은 왜일까. 민주의 교훈을 깡그리 무시하고 달콤한 권력에 취해 저지른 그들의 행위는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마치 국정원이란 거대 권력기관을 동원해 그들만의 영원한 제국을 건설하려 한 것이다. 애초에 그들의 눈에는 고달픈 국민은 없었다. 이번에 드러난 국정원의 불법행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군사정권의 정보기관과 무엇이 다른가. 서슬 퍼런 군사정권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처럼 시간이 그 옛날, 암흑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착각마저 일게 했다.

언론을 통해 국정원 댓글사건을 바라보는 각 당의 온도 차는 여실히 커 보인다. 민주당은 논평에서 “과거 정권이 정보기관을 사조직화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며 각종 선거에 개입한 적폐”라고 규정했고, 국민의 당은 “반민주적 반헌법적 폭거”라고, 바른 정당은 “어떤 정부든 성역은 없으며, 정치보복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오해받을까 진실을 덮어서는 안 된다”고 표현했지만 그 높낮이는 달라도 그 뜻은 비교적 동일해 보인다.

반면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임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일 수밖에 없고, 단지 보수 정권의 비리와 잘못을 들춰내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치보복’이란 단어에 방점을 찍었다.

‘정치보복과 적폐청산’ 무엇이 다른지, 그 기준과 논점을 국민에게 되묻고 싶다. 이는 헌법에서 그 기준과 논점의 실체적 진실을 찾으려 한다.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근·현대사, 그 역사 속에서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해낸 권리장전이 ‘헌법’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후, 피로 얼룩진 헌법의 지엄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선열과 국민은 수많은 피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오늘날 헌법은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역사서이자 숨 쉬는 공기와도 같다. 그 속엔 정의가 살아 숨쉬고, 평등이 있고, 인권이 있고, 법률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민족혼이 깃들어 있다. 이는 ‘상식과 제도’를 가르는 잣대이며 ‘정치보복과 적폐청산’의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판가름하는 판관과도 같다. 아울러 헌법은 국민이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헌법의 지엄한 권위를 무시한 채 버젓이 불법을 자행하고도 그들은 정치보복이라 생떼를 쓰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헌법적 가치를 좀먹는 기생충과 뭐가 다른가. 반문해 보고 싶다.

“자본을 거머쥐고 돈을 무기로 권력을 제멋대로 주물렀다. 사정기관을 자신의 발아래 뒀고 언론을 자신들의 입으로 마음껏 사용했다”고 얘기한 상대방에게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법 집행기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헌법이며, 헌법이 있는 한 우리는 싸울 수 있습니다”라고 인기리에 방영된 케이블드라마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 대사에서 방증하듯 그들이 부정한 행위를 하고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들의 행위가 정령 헌법의 가치를 충실히 이행한 행위인지, 그 기준을 정확히 따져 물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주장은 정당한 행위가 아닐 것이며, 단지 불법의 적폐이고, 청산해야 할 대상임이 자명한 것이다.

정당한 권력은 총칼로부터, 돈으로부터, 언론으로부터 나온다? 황당한 작태이자 어불성설이다. 오롯이 그것은 ‘국민이 만든 헌법으로부터’나온다는 사실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