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잘 날 없는 ‘여수산단’…정유공장서 또 불

‘펑’ 소리 수십㎞ 밖까지·2시간여 만에 진화

2일에도 같은 공장서 화재·최근 3개월간 5건

주민불안 호소 “노후시설 개선 등 대책 시급”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화학공장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6시38분께 여수산단 GS칼텍스 2공장 중질유분해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화하고 있는 소방당국 모습. /전남지방경찰청 제공
10일 오전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 공장에서 큰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8일 만에 같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다 올해만 여수산단 내에서 5건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수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6시38분께 여수시 중흥동 여수산단 GS칼텍스 제2공장서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고가사다리차 등 23대와 200여명의 인력을 즉시 투입해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큰불을 정리한 뒤 2시간여 만에 모두 진화했다.

이날 불은 원유를 가열해 아스팔트 등을 추출하는 2공장 중질유분해시설(VRHCR) 냉각기 배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스팔트 등이 타며 나온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른 오전 폭발음에 잠에서 깬 시민들은 불안감에 집을 나서기도 했다.

화재현장에서 10㎞ 정도 떨어진 여천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31)씨는 “자고 있는데 마른하늘에 천둥소리 같은 폭발음을 듣고 집밖으로 나와봤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GS칼텍스에서 난 소리였더라. 여수산단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이곳 주민들은 가끔 이런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GS칼텍스에서는 지난 2일에도 변전실 2층에서 불이나기도 했다. 당시 불은 자동소화조차 등이 작동돼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GS칼텍스 뿐만 아니라 여수산단 내에서는 최근 3개월간 총 5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0일 롯데케미칼 1공장에서는 플라스틱 제조 원료인 폴리에틸렌을 저장하는 높이 20m 크기의 저장고(사일로)에서 불이 나 일부 설비가 파손되고 제품 30t이 소실됐다. 특히 5월 22일 여수산단 한화케미칼에서는 유독가스 누출로 작업자 10여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고는 공정 정비 작업 중 반응기 내부 세척을 위해 유기용제 자일렌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회수 작업을 위해 설치된 호스가 압력 상승으로 파열되면서 발생했다.

이어 같은달 30일에도 한화케미칼 1공장에서는 가스누출로 추정되는 불이 나는 등 여수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40년 이상된 노후시설들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역민들이 안전과 환경에 대한 불안에 떨고있다”며 “사고 기업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시설개선에 나서는 등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여수
/백충화 기자 cho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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