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작은 영웅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세상에 주는 큰 울림

소록도의 작은 영웅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세상에 주는 큰 울림

<박병종 전남 고흥군수>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나 부모님이 타는 자동차를 보고 친구를 사귄다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씁쓸함에 이내 서글퍼집니다. 무엇보다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 갈 아이들의 마음에 자리한 ‘물질 만능주의’가 각박한 세상을 더 팍팍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돈’일 수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사는 이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를 느끼고 이해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세상을 세상답게 사는데 무엇보다도 값진 일이 될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길고 험난한 여정 속에서 삶의 지표가 되어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1962년, 1966년 우리 고흥에서도 작은 섬 소록도에 두 분의 천사가 오셨습니다. 이역만리 오스트리아에서 오신 두 분은 우리 국민이 외면했던 한센인에게 어머니가 되어 주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이었습니다.

두 분은 한 평생을 소록도에서 보내면서 한센인과 그 가족들 모두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나눠 주셨습니다. 모두가 만지기 주저하는 환부를 아무 거리낌 없이 맨손으로 치료해 주셨고, 매일 새벽 따뜻한 우유를 만들어 병실 어르신들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이도 모자라 오스트리아 가톨릭 부인회에서 보내준 후원금 모두를 한센인의 귀향여비와 출소자 자립지원금으로 선뜻 내어주셨습니다. 진심은 반드시 통하기 마련입니다. 진정성 있는 두 분의 헌신은 아픔을 치유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꿨고 그렇게 많은 이에게 ‘사랑’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수녀로 기억하고 있는 두 분은 꽃다운 청춘을 봉사와 헌신으로 살아온 간호사셨습니다. 소록도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 활동을 하신 두 분은 2005년 나이든 자신이 짐이 될까 편지 한 통 남기고 고국으로 떠났지만, ‘자원봉사자’였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정부에게 연금을 받을 수 없었고 요양원 입원비도 빠듯한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소록도 성당 김연준 신부로부터 전해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저는, 잊을 수 없고 절대 잊혀서는 안 될 두 분의 사랑에 보답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5년 우리 군은 두 천사의 ‘인권’, ‘박애’, ‘평화’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이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리안느-마가렛 선양사업’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후 다양한 선양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가장 먼저,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 드리기 위해 매달 1004(천사) 달러씩의 생활안정자금 지원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또 두 분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소록도의 사택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고, 그 주변길에 ‘마리안느마가렛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했습니다. 나아가, 이를 전 세계에 알려 인류에게 기억되도록 지난 4월 다큐멘터리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제작했고 ‘마리안느-마가렛 자원봉사학교’도 건립 중에 있습니다. 또 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김정숙 여사의 동행으로 주목받고 있는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역시 두 천사의 헌신과 봉사정신을 기리고 인류의 자산으로 삼기 위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분의 사랑은 이기주의가 난무한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많은 걸 알려 주었습니다. ‘주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참된 봉사의 정신을 알게 했고, 선입견에 맞서 모두를 편견 없이 바라볼 때 피어나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게 했습니다.

할매 천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늘 제게 “소록도에서의 생활은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고, 열 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해 보는 게 낫다고 합니다. 두 작은 영웅이 우리에게 주는 큰 울림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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