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신이 내린 선물’ 크로아티아 자다르

발칸 9개국을 가다…<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④‘신이 내린 선물’ 크로아티아 자다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 자다르 해변
다섯 우물 광장·육지의 문 ·날개 달린 사자상
로만포룸 구석에 자리한 ‘수치심의 기둥’ 인상적

5월 31일, 여행 4일째이다. ‘크로아티아 모나코’로 불리는 해변도시 오파티아(Opatija)에서 하룻밤을 지낸 일행은 오전 8시 반에 자다르(Zadar)로 출발했다. 달마티아 해안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서 낮 12시께 자다르에 도착했다. 자다르 투어는 다섯 우물 광장에서부터 시작했다. 이 우물들은 오스만 튀르크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판 것인데 광장이 꽤 넓다.

다섯 우물 광장

인솔가이드는 근처에 있는 ‘육지의 문’부터 구경시켜 준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성문 위에는 ‘앞발로 성서를 잡은 날개 달린 사자’가 조각돼 있다. ‘날개 달린 사자’는 베네치아 수호성인 성 마르코(‘마가복음’의 저자)의 상징이다. 성 마르코는 베드로의 제자로서 바울과 함께 전도여행을 했고, 서기 58∼62년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초대주교가 됐는데 그곳에서 순교했다. 그런데 828년에 베네치아 상인 2명이 이슬람 지배하에 있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성 마르코의 유해를 돼지고기 밑에 몰래 숨겨 베네치아로 가져왔다. 베네치아는 성 마르코 성당을 짓고 제단에 유해를 안치했다.

 

 

육지의 문

 

‘날개달린 사자 상’이 성문에 새겨진 것은 자다르가 베네치아의 식민지라는 징표이다. 베네치아 공국(697∼1797)은 10세기부터 해양강국이었고 아드리아 해 도시들을 식민지로 복속시켰다. 그런데 유독 자다르만 속국 되기를 거부했다.

1201년에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제4차 십자군 원정을 계획했다. 그들은 베네치아에게 물자와 운송을 부탁했다. 베네치아 통치자 단돌로는 십자군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자다르를 달라고 요구했다. 십자군은 이 요구를 받아들여 제4차 십자군 원정(1202∼1204)을 하면서 자다르를 함락시켜 베네치아에게 주었다. 1년 뒤 베네치아는 달마티아 남부도시 두브로브니크도 식민지로 만들어 명실공히 아드리아 해를 지배한 해상강국이 됐다.

이제 다섯 우물 광장을 지나 시로카 거리를 걷는다. 이곳의 바닥은 로마시대에 깐 대리석으로 돼 있다. 인솔가이드는 바닥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시로카 거리 좌우에는 상점, 식당,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중심지 나로드니 광장에는 시청과 관광안내소, 노천카페들이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고딕 양식의 종탑과 원통 모양의 성당이 보인다. 이 원통 성당이 바로 성 도나트 성당이다. 성당은 엉성하게 지어져 있다. 그냥 돌만 쌓아놓은 것 같다. 성당 근처에는 노천카페가 있다.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고 있다.

 

 

성도나트 성당

왼쪽으로 가니 널찍한 광장이 있다. 바로 ‘로만 포룸(Roman Forum)’이다. 로마시대에 자다르는 요충지였다. 로마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기원전 50년∼서기 14년, 재위 : 기원전 27년∼서기 14년)는 발칸을 접수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다. 로마는 군인들을 빨리 이동시키고자 대규모 도로 사업을 벌였다. 아드리아 해안선을 따라 염전이 있는 닌(Nin)에서 시작하여 자다르 · 트로기르 · 코토르(몬테네그로의 해안도시)까지 연결시켰다.

로마인들은 자다르를 정복하면서 광장을 만들었는데, 광장은 90×45m의 규모로 달마티아 지역에선 가장 넓다. ‘로만 포룸’에는 로마시대의 돌로 보이는 돌들이 여러 개 있다. 일설에는 도나트 성당도 포룸 주변의 열주나 돌들을 썼다 한다.

한편 오른 편 구석에 있는 기둥 한 개는 원형 그대로이다. 바로 ‘수치심의 기둥’이다. 중세시대에는 이 기둥에 죄인을 묶어 수치심을 느끼게 했단다.

 

로만 포룸. 오른 쪽 구석에 수치심의 기둥이 있다.

로만 포룸에서 도나트 성당을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현지 가이드는 자다르는 ‘세계문화유산 신청 중에 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로만 포룸’에서 1분 정도 가니 해변이 나온다. 바다는 에메랄드빛이다. 몇 사람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인들, 부부들,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도 있다.

 

자다르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해변 산책로를 계속 걸어가면서 보니 바닥에 ‘자다르 2005 바다 오르간’이라는 표시가 있다. 바다에 오르간이 있는 줄 알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으나 오르간은 없다. 그런데 묘한 음악소리가 나온다. 파도소리도 아니고 음악소리도 아니면서 소리가 기묘하다.

 

 

‘바다오르간’ 표시판

바다오르간은 크로아티아 출신 설치예술가 니콜라 바시치가 2005년에 만든 작품으로, 75m의 길이에 수직으로 박은 35개의 파이프에서 신비로운 소리가 들린다.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바닷물이 공기를 밀어내면서 매번 묘한 멜로디가 연주된다.

바로 옆에는 ‘태양에게 인사 (Greeting to the Sun)’라는 태양열 집열판이 있다. 이것 또한 니콜라 바시치가 2008년에 만든 것인데 밤이 되면 LED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바닥을 수놓은 단다.

특히 자다르 해변의 석양은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으로 극찬해 관광명소가 됐다.

 

 

태양에게 인사

자다르 해변을 산책하고 나서 다시 시로카 거리로 돌아왔다. 배가 출출하다. 도중에 성 아나스타시아 대성당을 구경했다. 성 아나스타시아는 세르비아의 시르미움에서 순교한 성녀인데 성당 지하에 그녀의 유해가 있단다. 그녀는 동방에서 역병 치료약을 가져왔다고 알려졌는데 동방정교에선 불교의 약사여래처럼 왼손에 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 성당은 12세기부터 14세기에 걸쳐 지은 성당으로 1202년 건설도중 제4차 십자군의 공격을 받아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그 영향으로 성당 하층부는 로마네스크 양식, 상층부는 고딕양식으로 돼 있다.

성당은 장미모양의 두 개의 창과 3개의 문이 특징이다. 문에 새겨진 조각들은 매우 섬세하다. 특히 측문 두 개의 문 위에 어린 양을 새긴 조각은 인상적이다.

성 아나스타시아 성당

레스토랑까지 가는 길 한 쪽에 한 할머니가 ‘핸드 메이드(Hand Made)’라고 종이에 써놓고 레이스 달린 옷, 모자·신발 등을 팔고 있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팔고 있는 노점상 할머니

늦은 점심은 해물 스파게티와 오징어 튀김이었다. 레몬 맥주도 한 잔 곁들였다. 이제 ‘선물로 지어진 도시 자다르’와 작별하고, 역사도시 트로기르(Trogir)로 출발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