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 동행기

<1>세계로…미래로 첫 발

분단의 상처 간직한 압록강서 통일 의지 다지다

인천항서 선박 이용 12시간 걸려 중국 단동 도착

선상 독서 토론과 인문학 토크로 본격 일정 시작

전쟁으로 끊어진 압록강 단교 보며 아픔 되새겨

학생들 “활기없는 북한 땅·주민보니 가슴 아파”

전남도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한 제3회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16박17일간 진행된 독서토론열차학교는 전남지역 고교 1학년생 140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인천~중국 단동~백두산~연길~러시아 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선박, 버스, 열차, 항공편을 이용한 대장정을 하며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담당하고 평화와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로 상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에 진로 멘토로 참여한 동행기를 5차례에 걸쳐 본면에 싣는다.
 

전남도교육청의 제3회 시베리아 횡당 전남독서토론열차에 참가한 전남지역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중국에 도착한 첫날(지난달 20일) 중국 단동과 북한 신의주를 연결하는 압록강 단교를 배경으로 통일 염원을 담은 포즈를 취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전남도교육청 제공
제3회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이 인천에서 중국 단동으로 향하는 배에서 황갑현 전북대 교수와 인문학 토크를 하고 있는 모습./전남도교육청 제공
중국과 북한의 접경인 압록강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전남열차토론학교 학생들들. 학생들은 압록강에서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며 통일 의지를 다졌다./전남도교육청 제공

7월 19일 오후 6시 열차학교 학생들을 태운 단동훼리호는 긴 고동소리와 함께 뱃머리를 중국으로 돌렸다. 목적지는 단동.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둔 도시다. 배에 오른 학생들은 오전부터 출정식에 참여하랴, 목포에서 버스로 인천까지 이동하랴 피곤할 법도 했지만 하나같이 밝았다. 열차학교의 대장정이 본격 시작됐다는 기대와 함께 배를 타고 북한 땅과 인접한 중국으로 향한다는 기분때문인지 설레는 모습들이 가득했다.

학생들은 앞서 이날 오전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육청 대회의실에서 출정식을 갖고 성공적인 대장정을 다짐했다. 출정식은 독서토론열차학교 교장(우수영중학교 교장 윤채현)의 출정 신고에 이어 학부모와 선배들의 꽃목걸이 증정, 학생대표 선서, 학부모 영상편지 시청, 생각종이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은 출정식에서 학생들에게 “탐방기간 동안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 역경과 고난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며 “약자를 위해, 모두를 위해, 조국을 위해 새로운 미래를 이끌 넓은 안목을 키워오라”고 당부했다. 김도현 열차학교 학생회장(남악고)은 “이번 대장정은 나만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전남의 고등학생답게 친구와 이웃, 민족을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출정식을 마친 학생들은 학부모와 교육청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도교육청을 출발, 버스로 5시간여를 달려 인천 국제여객선 터미널에서 단동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승선과 함께 독서토론열차 학교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저녁식사 후 학생들은 그룹(팀)별로 선상 토론을 시작했다. 예비학교 때 과제로 내준 ‘처음 시작하는 동양고전 입문(이현승 지음·스타북스)’을 읽은 소감을 토대로 선상 토론을 2시간동안 진행했다. 이 책은 현대의 사회생활에 적용 가능한 역사ㆍ정치 관련 고전을 비롯해, 동양 사상을 알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국의 고전을 3부에 나누어 담고 있다.

학생들은 중국 고전을 통해 현실주의자로서 또 이상주의자로서, 각각의 삶에 대응한 사상가들의 다양한 방법들을 접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성향과 일치하는 주장과 삶을 보며 기쁨과 안도감을 느꼈다고 밝히는 가 하면 자신과 다른 사상으로부터 미처 깨닫지 못한 바를 알고 도움을 얻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또 4차 산업시대에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은? 주제로 피라미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선상 토론이 끝난 뒤에는 밤 11시까지 황갑연 전북대 철학과 교수의 선상 인문학 토크가 진행됐다. 황 교수는 학생들이 읽은 ‘처음 시작하는 동양고전 입문’에 나온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논어를 비롯한 동양 고전에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널리 통용되는 세상살이의 지혜와 교훈이 녹아 있다”면서 “동양 고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 역사는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해왔는지, 그리고 우리는 현대사회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를 고민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해 주목받았다.

밤을 새워 12시간가량을 달린 단동훼리는 이튿날 오전 중국 단둥 인근의 동항에 닿았다.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단동은 중국과 북한의 최대 교역지다. 이곳을 통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화물량이 전체의 70~80%를 차지할 정도다.

단동에 도착한 학생들은 먼저 압록강으로 향했다. 압록강은 한민족에게 그리움과 상처가 혼재된 현실의 국경선이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인 압록강은 대륙의 뻗어나간 한민족의 자랑스런 역사와 함께 일제의 침탈을 피해 건널수 밖에 없었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국전쟁때는 압록강까지 도달했던 우리 이 중국 인민군에 밀려 후퇴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 민족에겐 특별한 느낌을 주는 압록강에서 학생들은 단교를 둘러본 이후 배를 타고 압록강 탐방을 시작했다. 압록강 단교는 신의주와 중국 단동을 이어주는 다리로 6.25 전쟁 때 절반이 파괴됐다.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현장이다.

이선(광남고) 학생은“유람선에서 건너편 북한 주민을 처음 보니 신기하면서도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며 “중국에서만 북한에 다가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하루 빨리 극복하고 통일을 이뤄 한민족끼리 서로 자유롭게 왕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태식(광양고) 학생은 “배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 북한 땅이 있었고, 집도 보이고 총을 든 군인들도 보였다”면서 “그런데 북한 쪽 건물과 사람들이 중국 쪽과 달리 초라하고 활기가 없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빨리 통일이 돼 남북한이 함께 잘 사는 나라가 되길 기원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현장에서 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며, 학생들은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이후 학생들은 집안으로 이동해 여장을 풀고 중국에서의 첫 밤을 보냈다.

<8월 24일에는 2편 ‘애국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서’가 게재됩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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