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만에 만난 근로정신대 소녀들

정신영·양금덕 할머니 광복후 첫 해후

전범기업 손배 소송 공동 참여 뜻도 밝혀

정신영할머니(왼쪽)와 양금덕할머니가 서로를 끌어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로 미쓰비시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소녀들이 72년만에 상봉했다.

17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16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단체사무실에서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정신영 할머니(87)와 양금덕 할머니(86)가 광복 후 고향에 돌아온 지 72년 만에 만났다.

나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신영 할머니는 최근 광주지방법원 근로정신대 판결 소식을 듣고 이날 시민모임을 찾았다.

정 할머니는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지진 당시의 공포와 전투기 폭격 굉음은 잊혀 지지 않는다”며 “광복 뒤 집에 보내 달라고 했어도 한동안 보내주지 않았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가까스로 고향에 돌아왔지만 ‘일본 다녀 왔다’고 하면 시집을 못 갈 것 같아 남아있던 사진도 찢어버리고 숨죽인 채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결 소식을 들었다”며 “여건이 된다면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후 시민모임은 정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같은 처지의 양 할머니를 떠올리며 급히 연락했다. 시민모임 주선으로 정 할머니의 초등학교 후배였던 양금덕 할머니가 급히 사무실을 찾아왔지만 한동안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정 할머니가 ‘가시와야 노부코’란 이름을 말하자, 그때서야 양 할머니가 알아볼 수 있었다.

양 할머니 “동료들 중 누군가는 한번쯤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안 죽고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세월이 흘렀지만 고왔던 얼굴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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