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교육청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 동행기



전남도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한 제3회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16박17일간 진행된 독서토론열차학교는 전남지역 고교 1학년생 140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인천~중국 단동~백두산~연길~러시아 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선박, 버스, 열차, 항공편을 이용한 대장정을 하며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담당하고 평화와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로 상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에 진로 멘토로 참여한 동행기를 5차례에 걸쳐 본면에 싣는다.



<1>세계로…미래로 첫 발

<2>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3>동토에 울려퍼진 독립군가

<4>민족의 시원서 세계평화 기원

<5>몽골 사막에 희망을 심다



<2>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

고구려 유적지서 올바른 역사 정립 필요성 공감

“우리 역사를 우리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에 화나”

‘애국가’들으며 태극기 플래시몹…우리 역사 되찾기 의지 표출



백두산 정상서 다시 한번 통일 의지 되새겨

동포학생들과 교류…동북아 평화 주제 놓고 토론

전남도교육청의 제3회 시베리아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참가학생들은 고구려·발해 유적지에서 중국의 ‘우리 역사 지우기’ 현실을 목격한 뒤 태극기 플래시몹으로 애국 의지를 다졌다. 태극기 플래시몹을 마친 뒤 학생들과 교사들이 발해성터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전남도교육청 제공
광개토왕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학생들. 학생들은 유리벽으로 막힌 광개토왕비를 보며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1천442개의 계단을 따라 백두산 정상으로 향하는 학생들./전남도교육청 제공
장만채 전남도교육감이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전남독서토론열차 참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는 왜 하는가’ 주제의 특강을 하는 모습./전남도교육청 제공
지안에서 중국 방문 첫 밤을 보낸 학생들은 이튿날인 7월 21일 고구려와 발해의 문화 탐방에 나섰다. 광개토대왕릉과 장군총, 환도산성, 국내성터 등 고구려 역사가 펼쳐진 현장을 둘러 본 학생들은 웅장한 흔적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고구려·발해 유적에 대해 우리 글과 말로 이뤄지는 어떠한 학술적 설명도 허용되지 않은 현실에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

교과서로만 접했던 광개토왕비를 직접 볼 수 있길 기대했으나 유리창 너머로 보는 게 전부였다. 중국 당국이 보호를 명분으로 사방을 두꺼운 유리벽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비석에서 새겨진 글씨 한 자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영상 촬영도 공안들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됐다. 한국사를 바탕으로 하는 현지 해설사들의 설명 역시 불가능했다. 학생들은 버스 안에 숨어 자세한 학술적 정보를 전달받거나, 눈으로만 유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사드 배치 갈등이 불거지면서 2000년대 초 동북공정때보다 경계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우리 학생들의 역사 찾기까지 영향을 준 셈이다. 이런 연유인지 고구려의 흔적을 찾아오는 우리 국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지만 고구려 유적지의 분위기는 냉랭했다. 이 같은 현실은 학생들에게 ‘잃어버린 우리 역사’를 실감시키면서 동시에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재륜(장성고) 학생은 “우리의 역사를 우리 말로 듣지 못하는 현실에 실망감을 넘어 화가 났다”면서 “앞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중국의 역사왜곡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인식(나주고)군은 “중국이 잘못된 역사 인식과 민족주의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애국심은 태극기 플래시몹으로 표출됐다. 학생들은 광활한 발해 성터를 배경으로 태극기와 풍선을 들고 가수 윤도현의 ‘애국가’ 노래에 맞춰 함께 어우러졌다. 고구려와 발해의 진취적인 기상을 배워 잃어버린 우리 역사를 되찾겠다는 몸짓으로 받아들여졌다.

학생들은 다음날인 7월 22일엔 백두산에서 통일 한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쉽지 않았다. 1천442개의 가파른 계단을 밟고 올라야 하는데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안개가 계속됐다. 앞 사람의 발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끝에 오른 백두산 정상. 온통 안개뿐이던 백두산은 우리 학생들의 방문을 반기려는 듯 순식간에 안개를 걷어내고 정상의 모습을 드러냈다. 천지와 천지를 둘러싼 봉우리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학생과 교사 등 독서토론열차 참가자들이 모두 환호성을 터트렸다.

조혜원(무안고)양은 “1천400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는 게 처음에는 힘들거라고 생각했는데 도전해보니 뿌듯하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면서“백두산을 관람하는데 중국에 돈을 내 마음이 아팠고, 민족의 얼이 서려있는 우리땅 백두산과 천지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멀리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백두산을 내려온 학생들은 이튿날 항일 독립 운동의 근거지였던 용정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윤동주의 생가와 묘소를 참배하며 참회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읊는 시간을 가졌다. 일제의‘신사 참배’를 거부한 윤 지사 정신도 기렸다. 생가 방문에 앞서 일송정과 해란강, 용문교 및 독립 운동가를 배출한 대성중학교 등을 방문해 간도 항일 운동사를 더듬어 보기도 했다.

학생들은 또래의 중국동포(조선족) 학생들과 교류하는 기회도 가졌다.

옌벤 조선족 자치주 연길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독서토론열차학교 환영행사는 민족의 동질성을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조선족 학생들이 ‘귀한 한국 손님이 왔다’며 흥겨운 국악 공연으로 환영하자, 열차학교 학생들은 즉석 연주로 화답했다. 공연과 레크레이션으로 서로간의 어색함을 떨쳐낸 뒤에는 같은 민족이 다른 땅에 살게 된 슬픈 역사, 양국의 수험생들의 공통된 고민, 장래 희망 등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열강들에 둘러싸인 지금 한반도의 국제 정세를 놓고는 꽤나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래 세대에는 더 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함께 이바지하자는 다짐도 했다.

김서연(해남고) 양은 “처음엔 말투도 좀 달라서 어색하긴 했는데 그래도 함께 대화하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느끼고, 장래 희망 등을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연변대에서는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특강도 진행됐다. 장 교육감은 ‘공부는 왜 하는가’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자기의 꿈을 이루고 나아가 조국을 이끌 지도자의 덕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리더의 다섯 가지 조건으로 ‘정의, 자기희생, 비전제시, 균형감각, 열정’을 들면서 “이 조건을 갖추려면 독서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특강을 마친 장 교육감은 4차산업과 교육혁명을 비롯 다양한 주제를 놓고 학생들과 1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저녁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학생들은 24일 국경을 건너 러시아로 향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8월 31일에는 3편 동토에 울려퍼진 독립군가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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