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자들

공범자들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어느 증권회사의 사장은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하여 이렇게 말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보며 그토록 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치사한 짓을 하는 데 놀랐고, (250억원 규모의 광고비를 의식한) 언론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침묵하는 현실에 놀랐고,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까지 동원하는 대담함에 놀랐다.”, “언론을 비롯한 증권회사들까지 이를 옹호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 “그 당시 근무하던 모그룹은 물론이고 합병 당사자 임원들까지 나서서 합병반대를 무마하려 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조직폭력배의 운영방식과 비슷해 거역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다른 사람들이 따르게 된다는 논리다”라는 등등…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유일하게 반대했던 증권회사 사장은 더 나아가 언론사를 통하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청와대의 뜻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주에 강도를 당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한국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국민이나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고 시정하려고 하지 않은 재벌들의 행태, 그들의 독주와 부패를 견제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구조, 재벌과 정치권력, 재벌과 언론, 재벌과 국가권력의 은밀하도고 상호의존적인 결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쌓이고 쌓인 우리 사회의 심각하고도 견딜 수 없는 악이다. 그럼에도 재벌의 논리와 재벌 자체를 옹호하고 비호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일부 지식인들은 보란듯이 활개치고 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나,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이와 같은 사회문제를 소재로 한 다수의 영화가 상영되고 흥행하기도 하였다. 이제 이와 같은 사회 경제적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하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재벌의 행태가 개혁되어야 할 대표적인 적폐중의 적폐임이 분명하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소수 재벌이 한국경제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소수의 재벌이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일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어디 경제정책 뿐이겠는가? 이는 국가와 국민의 내일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차대한 일이다. 얼마 전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도 한 언론사에 출연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문제로 재벌의 경제독점을 들었다. 100대기업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 대부분이 소수의 재벌에 속한 기업들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로는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진단하였다. 경제의 주축과 기둥은 일반 중소기업과 창의적인 개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벌에 굴종해야 생존이 가능한 경제구조, 재벌만이 모든 경제를 지배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중소기업인이나 창의적인 개인이 자생할 수 없는 경제구조로는 우리의 내일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같은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도 적극적인 우리 모두의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다. 재벌과 언론, 재벌과 정치권력은 물론이고 국가권력까지 밀착해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재벌개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오래 전 우리 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였다. 그래서 상민은 소수 양반과 지주들의 횡포를 견뎌내야만 했고,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작가 조정래 선생은 태백산맥에서 ‘이놈아 종놈 신세에 설깨친 글 아는 게 우환 불러들이는 겨. 꿈에라도 글 아는 거 티내지 말어. 고것이 명 재촉하는 길잉께’라며 종놈은 자자손손 종놈으로 살아야 했던 기막힌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체념은 있을 수 없다. 새로운 계급사회를 혁파할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상영되었던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독백은 우리 모두에게 큰 층격을 주었다. “씹을 대로 씹어대다가 단물이 빠지면 또 다른 뼈다귀에 덤벼들어 씹어대겠죠. 부르르 끓어오르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냄비근성 알잖습니까 ?” 재벌개혁을 부르짖는 우리 국민과 일부 정치세력을 바라보면서 비아냥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공범자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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