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호(號)’ 출항은 했으나…

오치남 남도일보 편집국장의 ‘우다방 편지’

국민의당 ‘안철수호(號)’ 출항은 했으나…
 

국민의당 ‘안철수호(號)’가 우여곡절 끝에 돛을 올렸다. 선원 절반 가까이가 출항에 반대했다. 바다는 거센 풍랑이 몰아치고 있다. 칠흑 같은 밤에 떠났다. 풍랑이 잔잔해 질 것이란 기상예보도 없다. 게다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순항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최악의 항해 여건이다. 항해 도중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시 전당대회에서 이언주, 정동영, 천정배 후보(기호순)를 누르고 과반인 51.09%를 얻어 당 대표에 당선됐다. 그는 총투표수 5만6천953표(온라인 4만2천556표·ARS 1만4천397표) 가운데 2만9천95표(51.09%)를 받았다. 나머지 3명의 경쟁자가 있었으나 겨우 과반 득표율을 넘겨 결선투표까지는 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안 대표는 지난 5·9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110일만에 다시 정치 전면에 복귀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일부 주위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안 대표는 28일 ‘정치개혁을 향한 전진’을 다짐하면서 당 대표로서 첫 행보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신임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정치개혁과 미래를 향해 전진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안 대표는 이어 고(故) 김대중·이승만·김영삼·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참배를 마친 안 대표는 “지난 혁신위의 안을 계승해 더 발전시키겠다”며 “제2 창당위원회를 만들어 더 혁신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의 광폭 행보에도 여정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안 대표가 당선된 이후 곧바로 같은 당 황주홍(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 의원은 ‘재선일지 69’에서 “아쉽습니다. 이런 결과가 아니길 기대했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승복할 것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당 실질적인 기반인 호남 지역구 의원의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당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호남 출신 의원들과의 앙금을 풀지 못하면 안 대표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원 51% 가량이 호남지역에 분포돼 있어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면 ‘정치개혁을 향한 전진’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5% 정당’에서 ‘3% 정당’으로 전락, 제4당으로 추락 등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강철수’란 이미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던 호남 민심은 현재 ‘무철수’다. 안 대표가 당 내부와 주요 지지기반 세력을 추스를 수 있을 지 여전히 미지수다.

안 대표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내년 지방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0% 안팎인 상황에서 이른바 ‘헛발질’, 그것도 ‘큰 헛발질’이 나오지 않으면 호남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할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호남인사 홀대론’도 전남 영광 태생 이낙연 국무총리를 필두로 호남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거의 희석돼 가고 있다. 앞으로 호남 출신 인사들의 전진 배치는 계속돼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받았던 홀대를 원복시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갈수록 국민의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체제로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이 참패할 경우 당 존립은 물론 안 대표 자신의 정치 생명도 끝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너무 빨리 구원투수로 나와 불을 끄지 못하고 오히려 팀의 패배를 부추기면 팬들로부터 더 큰 원성을 받는 프로야구 생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안 대표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섶에 눕고 쓸개를 맛보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을 바라던 기대를 뿌리치고 불섶으로 뛰어들었다. 안 대표가 물불 안 가리고 현재 난국을 헤쳐나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안철수호’가 내부에서 불타고 외부에서 풍랑을 거세게 맞으면 난파될 수밖에 없다. 난파선이 될 경우 선원들의 목숨은 보장받을 수 없으며, 구조 과정에서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안철수호’가 선박 내부의 불을 끄고 거센 풍랑을 이겨내면서 안전하게 최종 목적지 항구에 정박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호남 지역민들이 국민의당과 안 대표에 대한 애증이 남아 있다. 그리고 우리 정당사에 특정 당의 독식 현상을 막고 건전한 다당제 경쟁체제를 원하는 국민의 여망도 크기 때문이다. /ocn@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