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여성, 유출이 유입을 매년 25만명 이상 초과

가임여성, 유출이 유입을 매년 25만명 이상 초과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광주광역시의 상수도 수원지인 화순 동복호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면 어떻게 될까? 전라남도 상수도 주요 수원지인 주암호가 바닥을 드러내면 생명체는 어떻게 견디는가? 몇 년 전 주암호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몰됐던 도로와 논밭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 몰골을 봤던 기억이 난다.

왜 상수도 수원지의 수위가 낮아지는가? 당연하지만,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은 적고, 식수와 생활용수로 유출되는 물이 많아서이다. 유입량은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에 유출량이 대량으로 증가하면, 초과유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사회현상은 유독 여러 요인이 복합적, 누적적, 연쇄적으로 상호작용하기에, 일단 균형에서 일탈하면 불균형은 가속도가 붙어 걷잡지 못할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제 아침 출산 관련 신문 기사가 평소 문제의식을 자극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출생아 40만6천200명 ‘역대 최저’, 출산율 1.17명으로 7년 만에 최저, 현재의 인구규모 유지에 필요한 수준인 대체출산율 2.1명을 넘는 지역은 전국 시·군·구 263곳 중 출산율 2.42명을 보인 전남 해남뿐, 2015년만 해도 대체출산율을 넘긴 지역은 전남의 해남, 영암, 장성과 강원 인제 등 모두 4곳. 하여간에 전남의 해남, 영암, 장성 등은 ‘아이 낳기 좋은 전남’의 간접 증거로 보이나, ‘아이 키우기 좋은 전남’을 보여주기에는 증거능력이 부족하다. ‘아이 낳기 좋은 전남’에 관한 문제의식은 필자가 <남도시론>(2016년 12월 14일)에서 밝혔었다.

가임여성 저수지의 상황은 어떠할까? 가임여성 저수지의 수위는 어느 정도로 낮아지는 중일까? 다른 필자 같으면 ‘가임여성 풀(pool)’이라 부르겠지만, 되도록 영어표현을 삼가려는 필자에게 ‘가임여성 저수지’라는 표현이 좋다.

가임여성은 15세 이상 49세 이하의 여성이다. 단순화에 필요한 몇 가지 가정을 하자. 출생자는 모두 생존한다. 자연 성비는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103∼107명인데, 계산의 편의상 105명을 적용하면 남자아이 비중은 48.8%, 여자아이 비중은 51.2%이다. 남아선호경향은 크지 않다. 2007년에 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 출생자가 106.1명으로 25년 만에 자연 상태의 출생 성비(性比)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 가임여성 저수지에 들어온 여성은 2002년 출생자 49만2천 명의 48.8%인 24만 명이다. 반면 가임여성 저수지에서 빠져나가는 여성은 1967년 출생자 100만 5천 명 중 49만 명이다. 유출이 유입보다 25만 명 많다. 즉, 2017년 현재 초과유출 가임여성은 25만 명이다. 2018년은 어떤가? 가임여성 유입 여성은 1968년 출생자 104만3천 명 중 50만9천 명이고, 유출 여성은 2003년 출생자 49만1천 명 중 24만 명이다. 2018년 초과 유출 가임여성은 26만9천 명이다.

가임여성 저수지의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독자 여러분이 판단할 때 도움이 되게끔 가임여성 초과유출 인원을 시계열로 제시한다. 초과유출 가임여성은 매년 증가한다. 2017년 25만 명, 2018년 26만9천 명, 2019년 27만9천 명, 2020년 27만9천 명, 2021년 28만1천 명 등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수년 내에 가임여성 저수지의 수위는 하방 ‘임계선’(red line)에 이를 거다.

지난달 8월 4일 ‘출생아에게 1억1천만 원을 주자!’라는 제목의 <남도시론>에서 2017년에 태어날 아이가 36만 명 수준이라고 언급했었다. 매년 출생아 20만 명대도 멀지 않았다. 지금처럼 저출산 추세가 장기간 지속하면, 아마도 가임여성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내는 ‘죽음의 선’(dead line)에 다다를 거다. 그 이후 상황은 속말도 ‘안 봐도 비디오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논바닥 갈라지듯이, 광주·전남의 동복호와 주암호가 바닥을 드러내고 갈라졌다고 생각해보라. 그때 가서 어느 뚱딴지가 출생아에게 1억1천만 원의 10배인 11억 원을 주자는 제안을 정부가 시행한들, 받아갈 출생아와 그 부모가 존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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