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임금 ‘신의칙’ 기업마다 제각각

<신의성실의원칙>

서울중앙지법, 기아차 노조 승

광주고법, 금호타이어 사측 승리

업체 상황 종합적 고려해 적용

논란 지속…대법, 교통정리 필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1심 판결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산업계 전방위로 통상임금 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이다.

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통상임금의 대표적 판결인 두 사례를 종합해 보면 사안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는 해당 업체의 경영 상황이나 노사 합의 전례, 협력 수준, 업종별 상황 등을 두루 고려해 개별적·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정의와 요건, 제한 범위 등에 관한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이때 만들어진 기본 틀을 전제로 하급심 판단은 개별적 상황을 따져 결론을 내려오고 있다.

노조의 주장이 다소 무리해 보인다며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해 사측이 추가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본 광주고법 판결과 노조 주장이 무리하지 않고 사측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신의칙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향후 유사 소송에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는 기아차 노조가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각종 미지급 수당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노조의 요구가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반해 광주고법은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노조원 손을 들어준 1심을 깨고 청구를 기각했다.

금호타이어의 지난 2016년 6월 기준 부채가 4조가량에 달하고, 워크아웃 종료 이후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경영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노조원들의 추가 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대법원의 지난 2013년 판결 이후에도 계속해 통상임금 인정을 놓고 엇갈린 판결이 나오는 것은 ‘신의칙’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기준이 명확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신의칙 적용을 둘러싼 논란은 또다시 대법원 판단으로 최종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 위태’를 초래하는 정도가 어느 정도 범위인지에 대한 해석을 두고 어떤 형태로든 교통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1만여개 중 192개 업체가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했다. 이 중 77개 업체는 노사합의를 통해 소송을 마무리 지었지만 115개 업체가 아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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