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절? 친일파 후손들이나 하는 소리다

건국절? 친일파 후손들이나 하는 소리다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
 

정치권에서 ‘건국절’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선언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비판하고 나서면서부터다.

홍 대표는 “좌파 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 번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 분열을 자초’한 것이라며 “역사는 특정 정권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논리다. 한마디로 ‘건국’과 ‘정부수립’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와 편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의 소위 보수 세력이라는 분들의 조상들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에 친일행위를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두 야당 대표의 논리가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도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작태여서 기가 막힌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지만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된 것이 아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들도 수없이 많다.

1919년 3월 1일 ‘독립국’임을 선언한 독립선언이 발표된 후, 한 달여 만인 4월 중국 상하이에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한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서기 연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국호인 ‘대한민국’을 연호로 사용했고, 1919년을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했다. 이후 임시정부에서 생산한 모든 문서는 모두 ‘대한민국’이란 연호로 표기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똑같은 연호를 사용했다는 역사적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되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의 관계를 밝혀 놓았다.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제헌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기미년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 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 했고, 1987년 10월 29일에 공포된 제6공화국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는 내용을 명기해 놓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로 세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그대로 잇고 있다는 사실을 헌법에 분명히 밝혀 놓은 것이다. 보수 세력이 우상으로 섬기고 있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취임사와 헌법공포식 등 모든 공식석상에서 1948년 수립한 우리 정부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었다고 밝혔다는 사실 또한 건국절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아울러 이승만 대통령의 국부론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가는 곳마다 분란을 일으켜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고 민족진영에서 비난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위임통치 청원’이다. 1919년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하려다 불발되자 그는 정한경과 함께 윌슨 미국 대통령과 파리강화회의에 ‘위임통치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는 완전독립의 중간단계로 일본의 지배 대신 미국의 지배를 받자는 것이었다. 이런 친미사대주의 내용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민족진영에서는 분노했다. 이는 3·1운동을 계기로 표출된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위축, 손상시키는 것으로 민족진영으로서는 묵과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가 곡절 끝에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나 1922년 6월 임시정부 의정원(현 국회)의 불신임안 가결에 이어 3년 뒤엔 탄핵까지 된 사실이다. 탄핵요지는 한 마디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유기 및 업무태만, 파벌 짓기와 갈등조성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만은 해방 후 지도자로 부상돼 신생 대한민국에서 초대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내내 독선과 고집으로 일관했으며, 정권 연장을 위해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를 중용해 민족정기를 말살하고 사회정의를 짓밟았다. 또 집권 기간 중에 만연한 부패와 3·15부정선거 등으로 인심을 잃더니 결국 4·19 혁명 때에는 발포를 명령해 186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다. 부상자 6천500명의 피맺힌 함성은 아직도 우리 앞에 엄연한 현실이다.

결국 해외로 망명한 뒤 살아생전에 돌아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던 이승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구보수진영은 그를 ‘건국의 아버지’ ‘국부(國父)’로 추앙하며 광화문에 그의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런 사람을 무덤에서 불러내어 ‘건국의 아버지’니 뭐니 하며 찬양하고 미화하는 나라가 동서고금을 통틀어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묻고 싶다. 당신들은 일본 극우파, 소위 뉴 라이트 계열과 맥을 같이 하는 보수정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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