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외통수에 걸린 대한민국

북핵 외통수에 걸린 대한민국

<최혁 남도일보 주필>
 

‘끓는 물속 개구리’라는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이 밝히고자 하는 것은 변온동물인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끓일 때 개구리가 과연 뛰쳐나오느냐이다. 결론은 ‘뛰쳐나오지 않는다’이다. 개구리는 펄펄 끓는 물에서 삶아져 죽는다. 이유는,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져도 이를 위기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체온을 물 온도와 맞추려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삶아져 죽는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다. 그래서 물 온도에 자신의 체온을 맞춘다. 물 온도가 섭씨1도 오르면 개구리도 체온을 1도 올린다. 그렇지만 체온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개구리는 뜨거운 물속에서 서서히 익어간다. 아차 싶어 뛰쳐나오려 해도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는, 방심이 결국 개구리를 죽게 만드는 것이다.

이 개구리 실험은 19세기에 개구리의 지각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처음 시작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코넬대에서 비슷한 실험(boiling frog)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실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가오는 위험, 혹은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죽음을 당한다는 것이다. 괜찮겠지~하면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런 일을 수도 없이 당했다. 설마, 설마 하다가 외세에 짓밟히고 능욕을 당했다. 그런 일이 또 벌어졌다. 설마와 낙관, 느슨한 경계심이 이번에는 5천만 한국인을 북핵의 인질로 전락시켰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정권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적화무력통일이다.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은 당면목적을 ‘적화통일’로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갖가지 전략을 구사해왔다. 수시로 군사도발을 벌였다. 불리하면 위장평화공세도 펼쳤다. 각종 공작과 회유를 통해 남한 내 종북세력도 크게 늘려놓았다. 그 구체적인 사례들이 6·25 전쟁, 무장공비 남파, KAL폭파, 미얀마 랑군 테러, 천안함 폭침, 서해도발, 연평도 포격 등이다. 그 정점에 북의 핵무장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북의 도발들은 물을 끓이기(적화)위해 물의 온도를 1도씩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이 차츰 뜨거워져도 ‘별일 없겠지’라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우선, 군사독재정권을 비롯 반민주적 정권에 대한 반발로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주사파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학습을 당한’ 노동자의 수도 많아졌다.

국민들은 친북 주사파, 종북세력들의 이런 속삭임에 경계심을 놓아버렸다. “북한은 결코 위험한 존재가 아니야…북한은 우리와 함께 평화통일을 이뤄갈 파트너이지, 적이 아니야. 우리의 적은 평화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저 미제국주의자들이야. 어떻게든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해. 그러면 우리민족은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어. 북한을 도와줘야해.”

북한을 추종하고, 북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세력들의 달콤한 속삭임은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물이 끓고 있는데도 우리가 물에 몸을 담그고 지긋이 눈을 감고 있게 만들었다. 물이 너무 뜨겁다며 밖으로 나가려 해도 탕 안에 같이 있는 이들은 “괜찮으니 조금 더 있다가 나가자”고 한사코 손을 잡아끌어 주저앉혔다. 결국은 기절 직전의 상태다.

북한이 지난 3일 감행한 핵실험은 50kt 규모의 수소폭탄 실험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력은 히로시마 원폭의 5배다. 수소폭탄 한발이 서울에 떨어지면 최소 200만 명이 사망한다. 서울은 초토화될 것이다. 어느 사이 대한민국의 운명이 김정은의 손에 달려버렸다. 이제 김정은이 “너도 나도 같이 죽자”고 덤벼들면 김정은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외통수에 딱 걸렸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참모들은 엉뚱한 소리들만 내놓고 있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사실이 밝혀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최고 수준의 응징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걸 ‘흰소리’라고 한다.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뜻이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응징은 커녕 이제부터는 북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런 미국의 편을 들다보니 중국은 어느 사이 적이 돼 버렸다. 일본과의 관계도 엉망이다. 국익과 안전을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북핵의 협박에 떨면서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외통수에 빠진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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