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박대는 기본…고통받는 아동상담원

학대 가해자 협박에 주변 배회까지 ‘아찔’

신변위협에도 사례관리 위해 신고 못해

대응 지침서 있지만 현실 적용 어려워

“사회복지사들 안전 법적 장치 필요”

■오늘 사회복지사의 날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나가면 문전박대는 기본이고, 욕설이나 몸싸움 등도 비일비재합니다. 학대 가해자가 흉기를 휘두르지 않으면 그나마 천만다행이입니다.”

10년차 아동학대전문 상담원 A씨는 사회복지사의 고충을 이 같이 털어놨다. 학대받는 아동들을 찾아가 보호해야 하는 아동학대전문상담원들이 현장에서 폭언과 폭행, 협박 등 신변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7일은 국민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사회복지사업종사자의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정한 ‘사회복지의 날’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들은 신변위협을 느끼며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동학대전문상담원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하고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을 수행한다. 이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속으로 현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을 포함한 전국 61곳이 운영되고 있다. 광주에는 광주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과 빛고을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권한은 현장에 출동해서 피해아동을 아동학대 가해자로부터 격리하거나 치료하는 조치를 하는 정도에 그친다. 법적 조사권이 없기 때문에 학대 가해자들이 조사·면담을 거부해도 방법이 없다.

또 위협을 받아도 경찰 신고 등 마땅한 해결방법이 없다. 상담원들의 경우 학대가정 현장조사를 마친 뒤에도 사례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가해부모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동행할 경우 거부감이 커 제대로 상담을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상담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경우 신상정보가 노출돼 학대 가해자들로부터 보복성 협박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7년차 아동학대전문 상담원 B씨는 “학대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찾아와 욕설과 행패를 부리며 아이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일도 있다”며 “또 복역을 마치고 나온 가해자가 직장 주변을 맴돌기도 한다. 하루에 받는 협박전화는 셀 수 없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상담원들의 피해사례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지난 2009년 ‘아동학대 신고자 및 상담원의 신변안전을 위한 대응요령’지침서를 배포했다. 또 같은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고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신변위협은 여전하다.

특례법에 따르면 ‘상담원이 아동학대 현장에 방문하는 경우 사법경찰에게 동행해 줄 것을 요청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이상 동행해야 한다’는 아동복지법 제27조의 규정을 토대로 상담원의 위기상황 대처방안이 나와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변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경찰 동행을 요청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온순했던 피해아동의 부모가 갑자기 돌변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장에서 지침서대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사회복지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례 호남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위험 상황과 학대 가해자로부터 신변위협받는 만큼 사회복지사들의 안전에 대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또 감정노동자에 속하는 상담원이 지속적인 스트레스 속에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면 학대아동을 제대로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된다”고 강조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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