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시베리아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 동행기

전남도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한 제3회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4일까지 16박17일간 진행된 독서

토론열차학교는 전남지역 고교 1학년생 140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인천~중국 단동~백두산~연길~러시아 우수리스크~블라디보스톡~이르쿠츠크~몽골 울란바토르까지 선박, 버스, 열차, 항공편을 이용한 대장정을 하며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담당하고 평화와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로 상정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에 진로 멘토로 참여한 동행기를 5차례에 걸쳐 본면에 싣는다.



<1>세계로…미래로 첫 발

<2>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

<3>동토에 울려퍼진 독립군가

<4>민족의 시원서 세계평화 기원

<5>몽골 사막에 희망을 심다



얼굴색과 언어는 달라도‘강강술래’로 한마음되다

열차 한평 공간서 칼잠 자며 시베리아 4천200㎞ 횡단

3박4일 고단한 일정에도 배움 이어가… ‘한 뼘’ 더 성장

이르쿠츠크서 러시아인들과 ‘손에 손잡고’ 평화 노래

바이칼 호수·딸찌 민속촌도 탐방…종단열차 타고 몽골행

블라디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은 3박4일동안 총 4천200km를 달려 이르쿠츠크 땅을 밟았다. 학생들이 이르쿠츠크 알레산드리아 광장에서 단심줄 놀이를 하며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블라디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은 3박4일동안 총 4천200km를 달려 이르쿠츠크 땅을 밟았다. 학생들이 이르쿠츠크 알레산드리아 광장에서 단심줄 놀이를 하며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전남학생들이 이르쿠츠크에서 러시아 소수민족들과 합동 공연을 마친 뒤 강강술레를 하는 모습.,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이 러시아에서 태권무를 선보이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독서토론 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러시아 이르쿠츠크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마치 우리나라의 가을을 떠올리게 했다. 햇살은 뜨거웠다. 직접 맨 살에 닿으면 따갑게 느껴졌다. 이곳이 과연 동토(冬土) 로 불리는 시베리아 날씨인 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우리 여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습도가 적어 그늘에 가면 선선하다는 점이다. 시베리아의 뜨거운 햇살을 뚫고 블라디보스톡을 떠난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미끄러지듯 이르쿠츠크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열차가 완전히 멈추자 탑승객들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빨간색과 파란색 상의를 입은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도 함께였다. 학생들마다 등에는 큰 베낭이 걸려있었다. 양 손에도 꾸러미들이 가득했다.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꼬박 3박4일을 열차속에서만 먹고 자며 생활한데다 무거운 짐까지 짊어져 지칠 법도 했지만 피곤한 기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힘든 여정을 이겨냈다는 성취감과 만족감만이 가득했다.

블라디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오른 학생들은 총 4천200km를 달려 이르쿠츠크 땅을 밟았다. 이 거리는 지구 둘레의 8분의 1에 해당된다. 러시아 남동쪽(몽골 위쪽)에 위치한 이르쿠츠크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 사이 중간 지점이다. 여기서 모스크바까지는 횡단열차로 4일을 더 가야 한다.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열차는 9천288㎞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건설기간도 30년이 걸렸다.

중국과 연해주에서 한민족의 역사 속 발자취를 찾아 떠난 학생들은 열차에서 72시간을 보냈다. 3.3㎡(1평) 남짓한 4인승 간이침대에서 칼잠을 자야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식사는 전투식량 등 간편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씻을 물이 넉넉하지 않아 물티슈로 닦아냈다. 그래도 학생들은 불편을 이겨내고 한 뼘 더 성장했다.

열차는 또다른 교육장이었다. 덜컹거리는 차창 밖 세상은 초원과 강, 하얀 기둥의 자작나무 숲이 전부였다. 지친 몸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었다. 식수 등을 보충하기 위해 열차가 20~30분 안팎 정차했던 간이역 3곳에서만 땅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이처럼 갇힌 공간에서 불편함을 견뎌내고 엄격한 규율을 지키는 것도 공부였다.

학생들은 열차에서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모방시 쓰기, 팀 학습, 독서·토론활동, I-brand 책 쓰기, 명상 등 자아를 탐색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활동을 지속했다.

백소하(장흥고) 양은 “21세기 청소년이 과거로 돌아가서 선조들의 역사의 위대함을 깨닫고 다시 돌아와서 우리나라에 감사하면서 사는 이야기로 소설을 쓸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면서 남다른 각오와 계획을 다진 학생들은 이르쿠츠크에 도착해서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또다시 무거운 짐가방을 등에 매고 특유의 빠른 발걸음을 재촉한 것.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알렉산드리아 광장. 이곳에서 학생들은 뜻깊은 환영행사를 선물 받았다.

러시아 속 작은 나라, 부랴티아 공화국 등 소수 민족들이 전통 공연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소수민족들은 시베리아를 대표하는 민속 춤을 시작으로 배타고 기차타고 물건너 산건너 시베리리아 끝자락까지 찾아온 대한민국 남쪽에서 온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환영만 받고 있을 우리 학생들이 아니었다. 태권도와 태권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단체 제기차기 및 줄넘기 등 전통놀이도 선보여 문화 사절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학생들의 전통놀이에는 진로멘토로 참여중인 국악인 소경진, 김가희씨의 장고와 판소리 공연도 곁들여져 흥겨움을 더했다.

학생들 공연에 한국 음악이 익숙한 듯 러시아의 아이들은 함께 춤을 췄고, 어른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박수를 치며 같이 어울렸다. 러시아인과 우리 학생들이 한데 어우러져 강강술래를 돌 때는 국경도, 민족도 경계가 없어졌다. 그야말로 알레산드리아 광장은 시베리아 불볕더위보다 더 뜨거운 한마당 축제장이 펼쳐졌다.

문삼순 이르쿠츠크 고려인문화센터 부회장은 “고려인과 한 핏줄인 대한민국 학생들이 시베리아 먼 땅까지 와 준게 너무 고맙다. 학생들과 러시아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게 정말 감동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단심줄 꼬기도 진행했다. 단심줄 놀이는 오방색 천을 길게 늘어뜨려 한 가닥씩 잡고 돌아가면서 노래하며 춤추는 원무 형태의 놀이다.

학생들은 단심인 나무 기둥에 오색 천을 감으며 세계인들이 국가와 생김새, 언어가 다르더라도 평화를 위해 화합하길 염원했다. 알렉산드리아 광장 한 가운데 우뚝 선 단심은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혼을 러시아 땅에 심어놓은 듯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소영(광양여고) 양은 “서로 다른 문화인데 그 문화가 춤과 노래들을 통해서 서로 교감할 수 있고,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감동을 느꼈다”며 “세계 평화를 주도할 인재로 성장하겠다는 각오를 다시한번 다졌다”고 밝혔다.

러시아땅에서 바쁜 첫 날을 보낸 학생들은 다음날 민족의 시원이라 일컬어지는 바이칼 호수와 딸찌민속촌을 탐방했다. 딸찌민속촌 잔디밭에서는 두뇌깨우기 놀이와 ‘제4차 산업혁명’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며 러시아 일정을 마무리하고몽골종단열차(몽골~러시아 구간)를 통해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글·사진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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