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김영선 칼럼니스트>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보면 국가적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고난을 겪은 일들이 허다하다. 왕이나 국가 지도자들의 국제적 상황 인식 결여와 국론분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미숙한 대응 등이 국난을 불러왔다. 그 와중에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것은 민초들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전대미문의 위협에 직면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와중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세계평화에 위협이 되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논하면서도 각기 셈법을 달리하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가 신냉전 시대로 접어든 형국이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말이 항간에 회자된다. 물론 분단국가라는 사실은 달라진 점이다. 지금 시점에서 열강들의 행태와 우리의 외교, 국방, 문제대응방식에 대한 과거사를 돌아보는 것도 위기극복의 타산지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선조 때 임진왜란은 조선의 국론분열과 허약한 국방력 등 대비책이 없어 국토가 유린당했고, 명나라와 후금사이에서 중립외교를 펼친 광해군에 이어 왕위에 오른 인조는 명과의 사대관계만 중시한 나머지 청나라로 발전한 후금을 배척해 결국 정묘·병자호란을 불러왔다.

내부통합의 리더십이 없는 상태에서 ‘명이 지고 청이 뜨는’ 국제정세를 오판한 외교실패로 결국 인조가 세 번 절하고 9번 머리를 찧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로 항복하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게 된 것이다. 물론 최대 피해자는 끌려가고 도륙당한 백성들이었다.

구한말 대포와 군함을 앞세워 서양세력이 밀려오는 서세동점의 시기에도 서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조선의 대응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일본은 아편전쟁으로 청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미국에 의해 개항된 뒤 정한론으로 무장, 조선을 침략했다.

집권층의 수탈에 맞서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자 조정은 어이없게 청나라에 진압을 요청하고, 이 와중에 일본이 개입하면서 청일전쟁이 일어난다. 승리한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에서도 이겨, 1905년 ‘가쓰라-태프트밀약’으로 미국은 필리핀에서의 지배권을, 일본은 조선에서의 지배권을 상호 승인하게 된다.

1882년 조미수호조약을 체결했던 미국의 이 같은 행태는 힘의 논리에 따라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비정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이 패망한 2차세계대전 이후 질서도 미·영·중·소가 주도하면서 강대국들의 패권다툼이 계속된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중공군의 개입을 불러오고, 중국과 소련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느낀 미국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통해 전범인 일본을 동맹국으로 격상시켜 면죄부를 준다. 여기에서 한·일간에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등이 발생하는 빌미를 주게 된다. 최근에는 G2로 부상한 중국견제를 위해 미국이 옹호하는 바람에 일본은 집단적자위권을 앞세워 군비확장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과 핵실험으로 지금 한반도는 시계제로다. ‘이렇게 되도록 무엇을 했나’ 하는 국민적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불안감 속에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등 외교안보를 둘러싼 갖가지 여론이 무성하다.

북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이 난무한 가운데 사드배치를 둘러싼 주민과의 마찰은 물론, 중국의 경제제재가 계속돼 우리를 옥죄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연계하면서 한-러, 한-일 회담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 위협 속에 미국은 F-35 등 무기판매를 승인한다고 밝히고, 이런 와중에 ‘한미FTA 폐기’를 운운해 우방인 한국입장을 도외시한 ‘장삿속’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북 원유공급중단을 놓고도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고, 일본은 한반도 위기를 이용해 군사적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모색하고 있다. 미·중 양강 속에 어부지리를 노리는 푸틴의 러시아까지 가세하면서 한반도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주변 강대국의 영향은 우리나라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했고, 준비가 안 되거나 외교 실패를 할 경우 전쟁의 고통을 겪는 일이 되풀이 돼왔다. 우리가 우리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현실도 보아왔다. 정부와 국민들은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혜안과 국제정세를 꿰뚫는 민감한 촉을 가져야 할 때다. 그리고 내부분열보다는 뭉쳐서 자주국방의 대응책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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