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포럼 열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광주

세계 31개국 77명의 자치단체장과 인권운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7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이 지난 14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광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있는가?’이다.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시민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민주주의 형식에 대해 논의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한다.

포럼기간 동안 토론자와 참석자들은 과거 80년 광주시민들이 보여줬던 자율적 자치가, 복잡한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벌인다. 시민 2%가 동의하는 제안은 자동으로 시의회에 표결에 부쳐지는 스페인의 ‘디사이드 마드리드(Decide Madrid)’ 등 해외 인권정책에 대한 소개도 이뤄진다.

광주가 세계적인 인권포럼을 개최하면서 국제사회에 인권도시로 널리 알려지고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세계인권도시포럼이 광주 사회의 시민의식 성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크다. 실천성과 광주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확보되지 않은 학술적인 인권포럼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인권도시는 말 그대로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사회’를 뜻한다. 광주는 지난 7년 동안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인권’을 주제로 해 국제적인 포럼을 벌여왔다. 그렇지만 광주가 포럼을 통해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사회’로 내적인 변화를 이뤄왔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신있게 대답하기가 힘들다. 인권포럼의 실효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사실 광주는 인권도시라 부르기가 부끄럽다. 길거리가 너무 거칠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횡단보도에 행인이 서 있어도 질주하는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드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공공장소에서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이 지천이다.

그런데도 광주가 마치 인권도시인 것처럼 너무 과장되는 것 같다. ‘80년 광주’를 팔아서 인권도시로 행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2017년의 광주가 80년 광주처럼 위대해지려면 무엇보다 길거리시민정신이 회복돼야 한다. 그 출발점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으면 차를 세우는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못하면서 인권포럼을 여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