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전치기도 못한 안철수 ‘호남 홀대론’

본전치기도 못한 안철수 ‘호남 홀대론’

<박병모 톡톡뉴스 대표>
 

그래, 이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거들고 넘어가야 될 성 싶다.

‘호남홀대론’을 둘러싼 공방을 지켜보면서 관전평이라도 해야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답답한 마음이 트일 것 같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서로 삿대질 하며 ‘내가 잘했니’, ‘네가 못했니’하면서 ‘수치공방’을 벌인다. 기다렸다는 듯이 이해당사자인 윤장현 광주시장이 끼어든다. 그랬더니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의원 7명이 벌떼처럼 일어나 윤 시장을 공격한다.

다행스럽게도 호남을 위해 서로 정치적 논쟁을 벌인 거라면 생산적인 싸움이 되겠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기선잡기에 불과하다면 모양새가 그리 좋진 않다.

호남 홀대론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싸움을 걸면서 시작됐다. 존재감을 살리려 했던지 안 대표는 지난 8일 광주에서 “SOC(사회간접자본시설)예산이 삭감됐다”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얼마나 됐다고 벌써 호남차별이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당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 불씨를 약간 더 살리면 정치쟁점화 될 성 싶었던지 안 대표는 몇일 뒤 전북으로 다시 내려와 같은 뉘앙스의 발언을 한다.

그러나 어쩌랴. 공교롭게도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이 2표차로 부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국민의당으로 알려졌던 터라 김 후보자 고향인 전북지역으로서는 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인물을 키우지는 못할망정 일부러 떨어뜨리는 게 바로 호남홀대이고 호남의 당을 자처하는 국민의당으로서 할 짓이냐고 반문한다.

잠잠하나 싶더니 윤 시장이 호남 홀대론을 재점화시킨다. 국민의당이 제시한 수치는 실제로 차이가 나고 약간의 억지가 가미됐다고 지적한다. “내년도 SOC 예산 23%가 통째로 줄었고 그나마 호남 지역은 16%만 삭감된 것”이라면서 ‘가재는 게 편’이라고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의 지원 사격에 나선다.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 모양새다.

하지만 광주시의원들이 버럭 일어나 “무슨 소리냐”고 맞받아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의원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청장 후보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기에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게다.

어찌됐든 호남 홀대론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민주당이다.

앞서 민주당은 광주시와 내년도 국비를 따오기 위한 예산정책협의회를 한다고 했다가 일방적으로 취소를 했다. 호남을 홀대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여기로부터 출발한다.

그 틈새를 비집고 안 대표가 ‘호남 홀대론’을 들고 나오자 호남으로서는 ‘이게 뭐야’하면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이수 인준안 부결이나 호남 홀대론 제기 이후 국민의당 지지율은 5%대에 머물고 있다.

그런 안타까운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안철수,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이다.

우선 안 대표가 호남 홀대론을 들고 나온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치공세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과거 새정치연합을 뛰쳐나와 총선을 치를 때만 해도 호남에는 ‘반문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불씨만 지피면 확 타오를 기세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고, 상황도 아니다. 현 정부 출범이후 호남인사에 대한 배려가 타 시·도의 눈치를 볼 정도로 대단했기에 그렇다. 문재인 지지율이 오르면서 일부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국민의당의 존재가 없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따라서 정치 공세도 때와 상대가 있는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안 대표의 정치 공세는 시기와 호남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임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안 대표는 호남을 위해 뭘 잘했을까. 반추해본다.

곰곰이 살펴보니 안 대표도 지난 총선 때 호남 표만 싹쓸이 해갔지 호남에 대해 썩 잘한 게 없는 듯 싶다.

첫째로 안 대표는 새정치연합 전 공동대표를 새로 맡아 당 정강정책을 손질할 때 5·18정신을 배제하려 했다.

둘째로 안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윤 시장을 전략공천 함으로써 시민의 선택권을 빼앗고, 더 나아가 광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셋째는 지난 총선에서 51% 압도적인 지지로 표를 몰아주어 제3의 정당으로 만들어줬더니 비례대표 몫으로 광주출신을 한명도 배려하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안 대표는 말로만 호남홀대를 외쳐서는 안된다. 내년도 국비확보를 위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40석의 캐스팅보트는 가뜩이나 낙후된 호남발전을 위해 행사해야지 애잔한 호남 인재를 낙마시키라는 건 아니지 않는가.

‘호남홀대론’이라는 싸움 굿을 지켜보면서 ‘안철수, 과연 호남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가’라고 되묻고, 또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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