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추석을 준비하는 마음

<김종국 ㈜미소테크 농업기술전문위원>
 

올 여름 더위도 전국을 빨갛게 불태웠다. 날마다 기상청 관측기록을 다시 쓰게 했던 불볕더위는 영영 가을을 오지 못하게 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새벽이면 얇은 이불이 잡아 당겨진다. 대자연의 섭리는 제법 선선한 바람으로 풍요의 계절 가을이 우리 곁에 바짝 있음을 알려준다.

가을과 함께 지금 농촌들녘은 황금빛으로 수놓은 벼 이삭들이 튼실한 낟알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 숙이고, 가지에 빈틈없이 매달린 단감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주황색으로 몸치장하고 있다. 끈적끈적한 단물을 머금은 배도 하루가 다르게 체중을 늘리고, 땅속 고구마는 두둑이 쩍쩍 갈라질 정도로 몸집을 키운다. 싹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김장용 무는 솎아주기를 기다리고, 본 잎이 3~4장인 가을배추는 금방이라도 황토밭을 덮을 기세다. 이 풍요로운 가을과 함께 우리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도 며칠 남지 않았다.

추석이란 단어에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결실의 계절이 주는 풍성함과 포근함과 그리움을 묻어나게 한다. 추석은 가슴에 주렁주렁 달린 둥근달 같으며, 정결한 정화수로 자식들의 건강을 비는 간절함이 있다. 늘 눈에 밟히는 자식이며, 가슴 한켠을 시리게 하며 홀로 고향을 지키는 나이 드신 부모님이다.

황혼의 굽은 등으로 동구 밖 당산나무까지 마중 나온 기다림이 있다. 추석은 소중한 사람들끼리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서로 격려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따뜻함이기도 하다.

이런 따뜻한 마음으로 임시 공휴일까지 합쳐 훨씬 느긋해진 올 추석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미리 살펴야 할 일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보고픈 형제자매와 오랜 벗들의 편안한 고향방문을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다함께 마음을 모아서 마을환경을 가꿨으면 한다.

뭐 거창한 것을 하자는 게 아니다. 모처럼 고향을 찾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마을 대청소를 해보자고 제안해 본다. 이웃과 함께 고샅길도 쓸고 오랜만에 마을회관의 묵은 때도 털어내 보자. 그동안 바쁜 농사일 때문에 손대지 못한 논밭 들녘에 버려진 폐농자재도 정리하자. 개울도 깨끗하게 손 봐서 도시촌놈이 다 돼 버린 손자손녀들에게 살아있는 송사리와 미꾸라지도 보여주자.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마운 분들에게 전하는 추석선물은 우리지역 논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

매연이나 타이어 분진 속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아니라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 자란 우리지역의 농산물이 전국에서 최고이며 으뜸이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수입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공기, 우리 물, 우리 토양에서 재배하고 생산된 것 이어야 한다. 묵은 것이 아닌 햇것이어야 한다. 생김새가 반듯하고 흠집이 없으며 때갈 또한 고와야 한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하고 신선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상황에 얇아진 지갑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우리지역만의 선물세트를 마련해야 한다.

외지에 있는 향우들에게도 고향의 맛깔스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경제도 살리고 따뜻한 마음도 전달하는 일석이조의 추석명절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석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명절이었으면 한다.

옛말에 ‘가까운 이웃이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혈육들이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생활한지 오래다. 그나마 주변에 정붙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어 생활이 덜 허전했다. 올 추석에는 주변의 가까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내밀어 보자. 나 자신만 풍요로 기뻐할 때 혹시 소외되는 이웃은 없는지 살펴보자. 누가 손 내밀지 않아도 보살피는 정이 더욱 소중한 법이다. 훈훈한 정으로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추석을 기대해 본다. 푸르디 푸른 가을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팔월 한가위 보름달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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