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두 얼굴

<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허리케인 ‘어마’와 ‘하비’가 미국 남부 해안을 강타하면서 최악의 비상상태를 발생시켰다. 신속한 사전 대비로 다행히도 규모에 비해 사상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올해 태풍은 지금까지 19개 발생했다. 이중 3번째 태풍 ‘난마돌’과 5번째 태풍 ‘노루’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북태평양 서쪽 적도 부근에서는 크고 작은 태풍이 매년 25개 정도 생긴다. 그렇게 많은 태풍이 매년 발생한다는 사실이 의외일 수 있다. 우리는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준 태풍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생된 태풍 중 일부만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국이나 일본으로 향하거나 올라오는 도중에 스스로 소멸한다.

태풍은 열대저기압이다. 열대저기압은 적도 부근인 북위 또는 남위 5°∼20°에서 발생한다. 발생해역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윌리윌리 등으로 다르게 불린다. 일반적으로 저기압은 한기와 난기가 만나면서 전선을 형성하지만 열대성저기압은 조그마한 소용돌이로 시작된다. 이때 수증기가 상승하여 비를 뿌리면서 동시에 내놓은 많은 열을 에너지 삼아 수증기를 더욱 끌어들이며 세력을 키워나간다. 26℃ 이상의 높은 해수온도와 매끈한 해수면이 태풍을 키우는 지원세력이다. 열대저기압이 태풍이라는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중심부근의 최대 풍속이 적어도 초속 17m 이상 불어야 한다. 태풍은 생성되는 초기부터 제자리에 있지 않고 무역풍과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전향력으로 인해 북서진하며 이동한다. 그리고 중위도에 이르러 편서풍이라 불리는 서풍계열의 강한 바람에 밀리면서 북동쪽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육지에 상륙했을 경우에는 지면의 마찰력과 에너지원인 수증기 공급이 끊어지면서 급격하게 약화돼 결국 소멸된다.

토네이도는 단시간에 바람으로만 좁은 지역에 큰 피해를 주는 반면 태풍은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를 동반해 비교적 넓은 영역에서 영향권에 놓인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기상현상이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태풍은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식된다. 하지만 지구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태풍은 적도부근의 열적 에너지를 고위도 지역으로 운반해 남북의 온도차를 줄여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물 부족 현상을 해소해 주거나 바닷물을 뒤섞어 순환시킴으로써 바다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 요인도 많다. 날씨라는 현상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단지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태풍은 두 얼굴의 관점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지구의 많은 증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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