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온상된 사무장 한방병원…왜

광주·전남 인구 전국 6.6%

한방병원은 40% 난립 양상

환자 유치경쟁 치열해지며

가짜 환자 등 보험범죄 증가

일반병원 입원실.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TV]
광주·전남지역 한방병원의 보험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허위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가짜로 입원하는 일명 ‘나이롱 환자’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는 범죄가 잊을만 하면 발생하고 있다. 지역의 한방병원 보험사기 현황과 원인 등을 살펴본다.

◇ 허위진료·가짜환자 유치 적발=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광주에서 사무장 한방병원을 운영하며 환자들에게 허위 입원서류를 발급시켜주는 수법으로 16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가로챈 모 한방병원 사무장과 원장 등 2명을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9월1일부터 최근까지 광주 광산구에서 한의사 2명을 고용해 J한방병원 등 사무장 병원 2개소를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실제 입원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284명에게 허위입원 관련 서류를 발급해주고 33개 보험회사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16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부당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에게 의사면허를 빌려준 C(48)씨와 허위 입원서류 발급에 가담한 병원 원무부장 D(40)씨, 허위 입원 환자 284명도 무더기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경찰청도 지난달 사무장 한방병원을 개설해 139억원을 편취한 사무장과 한의사를 구속했다. 환자 행세를 하며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165명은 형사입건했다. 이 사무장은 지난 2013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광주시 동구와 광산구에서 2년씩 한방병원을 운영하며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34억원과 민간보험사로부터 실손보험금 105억원 등 총 139억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의사 명의를 빌려 한방병원을 개설한 뒤 가족과 지인에게 환자를 소개받아 입원 등록한 뒤 무단 외출·외박을 허용하는 식으로 가짜환자를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의사는 일부 가짜 환자를 매일 진료한 것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해 요양급여비 등을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허위 입원시켜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방병원 난립이 주 원인”=한방병원에서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는 건 지역내 한방병원 환경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전남이 전국에서 한방병원이 가장 밀집되다보니 생존을 위해 가짜 환자 유치와 허위 진료로 보험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 광주와 전남 지역에 개설된 한방병원은 총 112곳이다. 이는 2013년(73개)보다 53.4% 늘어난 것이며 전국에 개설된 한방병원(282개)의 39.7%에 달하는 수치다. 광주·전남 인구가 전국 6.6%임을 감안하면 한방병원은 인구대비 6배 정도 많은 셈이다. 995만명이 거주하는 서울(39개)과 비교했을 때 340만명이 거주하는 광주·전남의 한방병원 수가 3배나 많다. 특히 광주는 인구 100만명당 한방병원수를 기준으로 전국 평균 5.8곳보다 11배나 많은 65.2곳이나 돼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한방병원 난립이 곧 환자 유치 경쟁으로 이어져 보험 범죄의 온상이 됐다고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사무장 한방병원도 가세하면서 의료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광주·전남 한방병원 진료비가 전국의 41%를 차지하는 기현상도 이같은 병원 현황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박종호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노령인구가 많은 광주·전남지역에 전국 30%가 넘는 한방병원이 밀집돼 있어 의료보험 수가 과다청구, 불법환자유치·보험사기 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경제난과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죄의식이 무뎌진 보험가입자 중 상당수가 보험사기 조직과 접촉해 다양한 보험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경찰은 지난 4월 28일 경찰·법조계·금감원·국민건강보험공단·보험협회 등 보험범죄 전문가들로 구성된 보험범죄연구회를 발족시켰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