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협박과 800만 달러 대북지원

북한의 핵 협박과 800만 달러 대북지원

<최혁 남도일보 주필>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전쟁 초기는 일본의 승승장구였다. 진주만 기습공격에서 태평양함대를 잃어버린 미국은 일본군의 남태평양 장악을 저지할 수 없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인도차이나 반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북부 지역 일대의 모든 태평양 섬을 점령했다.

미군 쪽으로 전세가 뒤집어지기 시작한 것은 1942년 6월에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하면서부터다. 일본군은 항공모함 8척을 비롯 350여척의 대규모 전함을 동원, 하와이 북서쪽에 있는 미드웨이 섬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그러나 미국 측에 공격계획이 사전에 누출되면서 미국 폭격기들의 급습을 받아 항공모함 4척과 전투기 300대 등을 잃었다.

이 전투 이후 일본군은 제공권을 상실했다. 바다에서의 싸움도 열세로 돌아섰다. 일본군은 태평양과 인도양 등에서 차츰 밀려났다. 미군은 남태평양 일대의 섬들을 회복하며 일본 본토로 다가섰다. 비행장이 확보되면서 도쿄(東京)에 대한 장거리 폭격도 가능해졌다. 1943년 말에는 길버트 제도가, 1944년에는 괌·사이판 등의 마리아나 군도(群島)가 수복됐다.

일본군은 결사 항전했다. 전폭기가 부족해지자 전투기에 폭탄을 가득 싣고 미군 함에 충돌해 자폭하는 가미카제 특공대가 등장했다. 남태평양 군도에서는 일본군이 곳곳에서 ‘옥쇄(玉碎)’했다.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가 폭탄을 안고 미군진영으로 뛰어들거나 착검한 채 적진으로 돌격(반자이 돌격)했다. 일본 민간인들은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일본군의 끈질긴 저항으로 미군은 타라와, 이오지마, 사이판, 부겐빌, 과달카날, 이오지마, 오키나와 전투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1943년 타라와전투의 경우 3일간의 전투에서 미군 1천9명이 전사하고 2천296명이 부상당했다. 1945년 4월 1일의 오키나와 전투에서도 10만여 명의 일본군과 주민들은 공중과 바다에서 자살공격을 펼치며 저항했다.

미군은 일본군의 옥쇄저항과 자살공격에 경악했다. 일본 본토에 상륙할 경우 미군 희생자가 최대 1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은 최선이면서 한편으로는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각각 히로시마(?島), 나가사(長崎)에 원자폭탄(Atomic Bomb)을 투하한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으면서도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히로시마에서 16만 명, 나가사키에서 7만4천 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두 도시 모두 폐허가 되는 모습을 보고 무조건 항복을 결정했다. 항복 대신 자살돌격을 감행할 정도로 끈질기고 처절했던 일본군을 무릎 꿇린 것은, 다름 아닌 원자폭탄이었다.

1945년 5월 독일이 항복했지만 일본은 버텼다. 그런 일본에게 항복을 받아내 최종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낸 것은 원자폭탄이었다. 원자폭탄의 위력에 놀란 세계열강들은 그 뒤로 원자폭탄 개발에 들어갔다. 1950년 대 중반에는 원자폭탄보다 수십 배의 위력을 지난 수소폭탄이 개발됐다. 열강들은 앞다퉈 원자·수소폭탄 보유에 나섰다.

70년대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결국 대화를 선택했다. 가공할 핵무기가 평화를 담보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경분쟁을 벌이면서도 전면전을 피한 것은 핵무기 사용의 가능성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아랍제국들을 상대로 중동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인 중의 하나도 핵무기를 지니고 있어서이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3일 6차 지하핵실험을 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서 완전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외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한 것 같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감행한 6차 핵실험의 폭발 규모는 TNT 화약 160킬로톤이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 폭탄의 10배 이상 되는 파괴력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 인질’이 돼버렸다. 이제 북한의 위협은 차츰 구체화되고 현실화될 것이다. 서울에 핵폭탄을 떨어뜨리지 않는 대신 그 대가로 서해 5도 등의 영토를 요구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에는 본토 공격을 하지 않을 테니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무력적화통일을 하더라도 개입하지 말라고 겁박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정부가 북한에 800만 달러(90여억 원)를 지원키로 결정했다. 유니세프 등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부터 북한 지원 참여를 요청받았다는 것이 이유다.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니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게 과연 올바른 결정일까? 핵무기로 서울을 폐허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사람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 정상적일까? 너무도 안이하다. 이렇게 가면 ‘핵 겁박’에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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