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상규명보다 더 중요한 것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광주시민을 학살한 뒤 암매장했다는 군 문건과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광주에서 철수한 11공수부대 장교가 부대원 일부를 데리고 광주에 내려와 가매장지 발굴 작업을 했다는 증언과 광주교도소 내에 시신을 묻은 것을 목격했다는 교도관 증언이 나오면서 계엄군의 조직적 암매장 사실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암매장과 헬기사격 및 전투기대기 사실 여부는 국방부의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와 5·18기념재단의 별도 발굴조사가 완료되면 그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암매장 부분은 계엄군의 시민학살과 의도적 은폐를 입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암매장지로 지목되고 있는 곳은 광주교도소 외곽과 화순 너릿재, 2수원지 지역 등이다.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국방부의 특별조사는 5·18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진상규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강하며 당시 계엄군으로 근무했던 군 간부들과 군의관들의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조사위에 상당한 수의 민간인들이 포함돼 있는 것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진상규명 기대를 높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1980년 광주5·18이 발생한지 37년이 지나서야 ‘완전한 진상규명’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상규명이 어려웠던 것은 전두환을 비롯한 군부세력의 조직적인 5·18왜곡과 폄훼가 수십 년 동안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또 국민 상당수가 광주의 호소를 “거짓말이다”며 외면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진상규명을 통해 광주의 아픔이 국민적 아픔으로 승화되려면 ‘진상규명’ 못지않게 ‘80년 광주시민들의 의로웠던 행동들’이 보다 널리 알려져야 한다. 광주 5·18 재조명이 암매장 여부나 헬기사격 입증과 같은 외형적인 것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80년 광주의 의로움’을 부각시켜 대한민국의 정신적 가치로 삼아가는 전향적 태도가 요구된다.

지금 한국은 북핵 사태에 따른 전쟁위기와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매우 어지럽다. 이 와중에도 벌어지고 있는 각종 비리와 청소년들의 폭력 일탈은 우리 내부가 너무 심하게 병들어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히 정의를 지키고 이웃을 돌봤던 광주정신을 ‘국난극복의 정신’으로 삼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밝히는 것 못지않게 교훈으로 삼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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