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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김영란법 1주년 "무덤덤 해졌지만 피해는 여전"
<핫이슈> 김영란법 시행 1년

‘3·5·10’ 청렴문화 정착 기여…농축산인은 울상

과도한 접대문화 사라져…사회 풍속도 ‘긍정적’ 변해

인사철·명절 등 특수 실종…농민·화훼업계 직격탄

백화점 ‘맞춤형 선물’ 등장…전통시장 가격 못맞춰 걱정

불합리한 규정 수정·보완 목소리…정치권 법개정 논란

부정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 28일 시행 이후 1년을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는 법으로,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는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여기에 경·조사비 10만원, 선물 5만원 미만, 식사는 3만원 미만으로 제한했다. 이는 외식업계부터 기업·유통 등 전반적인 지역경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에 시행 후 1년을 앞두고 달라진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과 장·단점을 되돌아 본다.<편집자주>

◇어떤 변화 있었나

김영란법이 오는 28일이면 시행한 지 꼬박 1년을 맞는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 도입됐으며,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청렴한 문화를 확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는 지역사회 전반적인 사회 풍속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외식업계부터 변화에 동참했다. 공직자들이 모임을 자주 갖는 광주 유명 식당가들은 메뉴판을 고쳤다.

식사를 3만원 미만으로 제한하면서 2만 9천원의 가격을 내걸은 식당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고, 현재도 3만원이 넘지 않는 메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역 중소기업의 문화도 예년과 비교하면 눈에 띌 정도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각 기업 영업사원들은 홍보를 위해 술을 입에 달고 살 정도였지만, 현재는 저녁 식사 시 술 대신 커피를 마시는 문화도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또 기업 홍보 명목으로 지출하던 접대비도 예년보다 상당히 줄었다.

지역의 한 중견기업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감사의 의미로 보내던 선물을 모두 제한시키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일부터 지난 9월 14일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건수는 총 393건이었다.

유형별로는 금품 등 수수 202건, 부정청탁 172건, 외부강의 등 기타 19건이다.

지난 3월10일(시행 6개월) 기준 2만3천852개 공공기관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건수는 총 2천311건이었고, 이 가운데 금품 등 수수 신고는 412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공직자들이 금품 수수 시 반환·자진 신고한 건수가 255건(62%)에 달했고, 지난해 징계를 받은 공무원 3천15명 중 123명만 금품·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간 전체 신고 건수 가운데 수사 의뢰는 19건, 과태료 부과대상 위반행위 통보는 38건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직사회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청탁·접대·금품수수 등의 행위가 적발·근절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치페이 ‘반짝’

1년전 김영란법 시행 초창기만 하더라도 각계에서 ‘더치페이’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젊은 세대들은 더치페이가 낯설지 않았지만, 나이가 많은 직장인들에게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않은 식사 문화였다.

직장인들이나 법에 저촉되는 범위내의 친구들끼리도 김영란법 초기만 해도 서로 5만원씩 각출한 돈으로 모임을 갖고 남은 돈으로 택시비를 나누는 모습도 허다했다.

여기에다 3월과 5월 등 행사가 많은 달에는 선후배나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식사비 규정이 엄격한 탓에 더치페이 문화는 점차 퍼졌다.

그러나 그때 뿐이었다.

김영란법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더치페이 문화는 다시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상무지구 일식집들과 바·룸살롱은 김영란법 시행 전과는 다르게 밤에는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광주 상무지구 한 외식업주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팽배해 식사비를 따로 내는 경우가 있었고, 어색하고 민망한 상황도 있었다”며 “식사비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점차 예전처럼 식사비용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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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앞두고 광주지역 대형유통업계는 맞춤형 선물을 준비해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지만 전통시장들은 가격 맞추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추석명절 앞 선물 시장 대조

추석 명절을 앞두고 광주지역 대형유통업계와 전통시장이 선물 판매에 대조를 이루고 있다.

먼저 대형유통업계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팔리고 있다.

광주지역 유통가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번 추석에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지난해 추석 물량보다 30% 이상 늘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를 앞세운 세트상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선물세트로 구성하는 혼합세트를 늘린 것이 롯데백화점의 특징이다.

롯데백화점은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고객이 요청하는 상품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맞춤 제작’을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신세계백화점은 5만원 이하 추석 선물세트를 지난해 추석보다 20% 확대했다.

이마트 상무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1년을 거치면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이 없는 실속형 선물세트를 주로 찾고 있다”며 “이번 추석 매출도 5만원 이하 상품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추석명절을 앞둔 전통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걱정이 한가득이다. 명절 대표적 선물인 고기나 전복 등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김영란법 기준인 선물 5만원을 맞추기 쉽기 않아서다. 특히 농축수산물 상인들은 김영란법에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되면서 시름은 더했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손모(46)씨는 “지난 설 명절부터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사라졌을 정도”라며 “예전 같았으면 명절 선물세트를 위해 소갈비·전감 등 물량을 공급받기 위해 난리 였을텐데 지금은 예약도 많이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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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광주 서구 매월동에 위치한 화훼단지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다.
◇화훼업계·축산업 농가 여전히 울상

김영란법이 청렴문화 정착에 기여한 점과 달리 화훼업계와 농축산업계는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사철이 되면 화훼업계는 큰 호황을 누렸다. 대표적인 선물이 난이나 화환이기 때문이다.

상무지구 인근 화훼단지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인사철인 3월과 9월에 난이나 화환을 선물하는 게 눈에 띄게 줄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나서 반토막난 매출을 살려보고자 5·10만원선에 맞춰 선물용 화분을 만들었지만 결국 남는게 없어 도돌이표”라며 고 호소했다. 이어 “계속 이런식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장사하다간 농원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축산업농가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남 장성의 한우농가도 740여개 중 300여개가 폐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우협회 장성군지부장 김모(63)씨는 “17년 동안 한우 사육 농가와 식당을 운영해왔는데, 이 같은 경제적 피해는 처음이다”며 “한우 가격은 떨어지고, 수입 소고기는 10% 가까이 증가해 손실만 커지고 있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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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개정·법 사문화 목소리

정부와 정치권은 시행령에 명시돼 있는 3·5·10 규정 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정부의 반부패정책 기조에 맞지 않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법 개정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면서, 사회적 합의와 관계부처 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김영란법이 사문화 될 위기에 처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위반 사항 적발·처벌의 어려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인한 입법 취지 훼손, 법에 대한 무감각 등이 그 배경이다.

이에 청탁금지법 위반을 감시하는 실효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국민 생활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측면이 있는지, 법 시행 효과·영향은 어떤지 면밀히 살펴 반부패 정책의 틀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행정연구원 박준 박사는 “사회 각 주체들이 관행에서 결별해야 하는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지만 청탁금지법이 주는 긍정적 측면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규정상 불합리하고 과도한 부담을 주는 부분들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고, 여러 계층에 법이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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