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⑫담양 안복자씨>

⑫‘안복자 한과’ 담양 안복자 대표

전통방식 오롯이 지키며 ‘음식의 고장’ 명성 지켜
질 좋은 우리 농산물 사용…농촌 살리기도 앞장
세계시장까지 진출…‘K-푸드’ 선두주자로 우뚝
 

‘안복자 한과’의 안복자(63)대표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방식을 오롯이 지키며 ‘음식의 고장’의 명성을 지켜내고 있다. /전남도 제공

올 추석을 앞두고 전남 담양을 대표하는 한과가 대목을 맞았다. 예로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곡류, 꿀, 기름 등을 이용해 한과를 만들어 먹었다. 조선 초기 양녕대군을 수행했던 궁녀들에 의해 전래된 쌀엿, 조청의 제조 비법은 남도의 풍부한 곡물과 어우러져 한과 생산의 기반이 됐다.

1900년대 이후 설탕이 수입되고 양과자가 널리 퍼지면서 한과는 설 자리를 잃어갔지만 전통 한과의 맥을 이어오며 대중화에 나서는 이가 적지 않다.

‘안복자 한과’의 안복자(63)대표도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방식을 오롯이 지키며 ‘음식의 고장’의 명성을 지켜내고 있다. 식품명인 안 대표는 맛있는 우리 전통 과자를 들고 세계시장까지 진출한 큰 손이 됐고, 한과로 농촌을 살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어머니 손 맛 그대로…’= 안 대표는 한때 워낙 어려웠던 살림살이라 변화가 필요했다. 농사를 지었지만 자식들 뒷바라지하기에도 여의치 않아 시작한 게 음식 만들기였다. 딱히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선 것은 친정 어머니의 영향 때문이다. 유달리 손맛이 좋았던 어머니를 어려서부터 옆에서 지켜보고 음식을 배웠고 어머니의 그 유전자가 몸에 익었던 것이다.

안 대표가 처음 시작한 게 폐백음식이었다. 초기엔 가내공업 형태를 면치 못했으나 차츰 자신감이 붙은 1991년 개인사업자등록을 했다. 본격 도전에 나선 것이다. 폐백음식에 들어가는 한과도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주변의 반응도 좋아 사업이 커지기 시작했다.

안복자 한과는 2002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한과류 전 품목에 대해 전통식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등 그 맛과 명성이 높고, 유기가공식품으로 인증을 취득해 소비자들에게 공신력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2005년 미국과 5만 달러의 수출계약을 시작으로 캐나다,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등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맛과 품질을 가지고 각종 식품박람회 등에 적극 참가(연 50~60회)해 국내외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2014년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한과류 제조 기능으로 대한민국식품명인 제60호로 지정됐다.
 

안복자 한과는 2002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한과류 전 품목에 대해 전통식 품질인증을 획득하는 등 그 맛과 명성이 높고, 유기가공식품으로 인증을 취득해 소비자들에게 공신력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전남도 제공

■질 좋은 우리 농산물로 전통방식 고수 = 안 대표가 이처럼 짧은 기간 안에 자리를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꼽는 첫 번째 비결은 좋은 재료이다. 그는 한과 만들기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 질 좋은 우리 농산물만 쓰자는 것이다. 원료가 좋으면 제품은 당연히 맛이 있는 법. 그는 한 해 15t 정도가 사용되는 주재료 찹쌀을 모두 유기농만 쓰고 있다. 멥쌀과 콩, 깨 등 모두 20여t이 넘는 농산물 재료가 모두가 유기농 또는 담양 인근에서 재배되는 우리 농산물이다. 좋은 재료는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처음부터 값이 비싸고 이 때문에 시장 안착에 고전했지만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은 그 진가를 알아봤다. 비싼 단가로 마트나 백화점 입점은 어려웠지만 오직 소비자 입소문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또 재료 못지않게 중요한 게 제조공법이다. 안 대표는 지금껏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과 제조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것이다. 우선 유기농 찹쌀을 씻어서 10일간 숙성시킨다. 빻은 쌀가루를 반죽해 가마솥에 쪄 넓적하게 편 다음 말린다. 한과에 바르는 조청은 고두밥에 엿기름을 섞어 만든다. 쌀, 참깨, 단호박, 백련초, 파래 등을 묻혀 여러 가지 맛을 낸다. 제작 기간이 길고 유통기한은 짧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제품을 만들어 놓고 창고에 보관하면서 판매하지 않는다.

한때 밀려드는 주문을 대보려 기계를 들여보기도 했던 안 대표는 곧바로 처분하고 오직 수작업만을 고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적게 팔더라도 절대로 손으로 만드는 과정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함께 일하고 있는 아들들에게도 ‘혹시 내가 죽더라도 기계는 절대 사용하지 말라’고 말해 놓았다”고 밝혔다.
 

안복자 한과 홈페이지(www.anbokja.co.kr)에서 판매 중인 한과.

■세계 시장을 노린다 = 수작업으로 생산하다 보니 대량 공급도 어렵고, 그러다보니 판매처 확보도 어려워 고생하던 시절도 있었다. 재료를 꼼꼼하게 따지면서 농민들로부터 불만도 많이 샀다. 홍보를 위해 1년에 서너 달은 출장을 다닐 정도로 고생했지만, 5, 6년 지나면서부터는 ‘안복자 한과는 맛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 안본자 한과는 이제 제대로 궤도에 올랐다. 2005년 미국에 2만5천 달러어치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을 대척한 끝에 2016년엔 20만 달러 수출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특히 2015년엔 정부가 한식 세계화 정책 및 한류 확산 등을 도입한 ‘K-Ribbon Selection’한과 분야에 선정돼 한국 대표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른바 ‘K푸드’의 대표 음식 중 하나가 된 것. 안 대표는 “국내 고객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 각국에 우리 전통의 맛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식품 가공산업을 성공시켜 유기농 재배 농민들을 돕고, 나아가 지역 농업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큰 일을 하고 있는 안 대표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안복자 한과’의 선물세트는 2만8천원부터 20만7천원까지 다양하다. 구입은 홈페이지(www.anbokja.co.kr)나 전화(061-382-8891)로 하면 된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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