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전쟁과 평화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얼마 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 모두 이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세계 최강을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을 향하여 ‘로켓맨’, ‘미치광이’라고 조롱하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이에 뒤질세라 북한도 트럼프를 향하여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라며 맞대응하면서 “미국 통수권자의 막말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에 편승해 일부 정치세력은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초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쟁만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도 되는 듯이….

전쟁이 남긴 광기어린 혼란과 깊게 박힌 상처를 안은 채 분단상태로 남아 있는 유일한 나라. 남북분단이 낳은 좌우대결의 색깔론으로 사상과 언론의 자유마저 유린당해야 했던 서글픈 나라.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그토록 갈망했건만 주변강국과 국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부서지고 깨어지는 아픔을 되새김질해야 하는 애닳픈 나라.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고, 오직 평화로운 공존만이 인류보편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저기 소리쳐대는 광야의 초인 같은 나라. 그럼에도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평화는 헛된 꿈이라는 말인가 ?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안된다. 전쟁은 우리 민족을 공멸의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하여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오직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물지 않을 상처 그것뿐이다. 따라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추측컨대, 미국이나 북한도 평화를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은 평화를 구현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분명한 이견이 있음이 분명하다. 더욱이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이미 메말라 있다. 이것이 문제의 근원이다. 평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핵개발을 고집하는 북한정권의 태도도 손가락질 받아 마땅하지만,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말하면서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 없이 전쟁을 호언하는 미국의 태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로지 상대방의 굴종만을 강요하거나 자기 자신의 주장만이 최선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평화를 지키고 구현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북한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상호비방과 막말, 협박으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 이런 단순하고도 분명한 사실을 더 이상 뒷전으로 내동이치는 우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선택과 결단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아내는 일, 평화를 지켜내는 일, 이것이 우리 앞에 놓인 최고의 과제이다. 이번 기회에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해답을 근본적으로 찾았으면 좋겠다. 최악의 상황을 최선의 기회로 만드는 것,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우리 모두 두손을 모아보자. 마음이 하나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래 전 최전방 GP에서 사병으로 근무하면서 바라보았던 북한의 모습이 내 가슴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오늘은 내 큰 아들이 그곳 최전방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평화가 살아 숨쉬는 조국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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