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한달전이었는데…‘웬 모기’극성

광주, 9월 표집 개체수 8월보다 두배 많아

늦여름 호우로 최적의 번식 환경 갖춰져

내달까지 방역…퇴치제품 매출 22% 급증



최근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모기 퇴치 관련 제품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모기퇴치 관련 제품.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 직장인 이다경(27·여·광주 서구 치평동)씨는 최근 들어 극성을 부리는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 씨는 “날씨가 선선해져서 모기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며 “올해 처음으로 모기퇴치제까지 사서 뿌렸다”고 말했다.

# 고등학생 정희경(18·여·광주 서구 금호동)양은 최근 모기에 물린 상처에서 진물이 나면서 피부과에 다녀왔다. 허벅지와 팔, 얼굴 등 10군데 가량이 모기에 물려 상처투성이다. 정양은 “여름에도 모기에 안 물렸는데 가을에 웬 모기가 많은 지 모르겠다”면서 “아파트 12층까지 올라오는 모기 때문에 괴롭다”고 말했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선선해진 날씨에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모기 개체 수는 한여름에 비해 오히려 늘어나서다.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에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441마리로 8월 셋째 주에 채집된 199마리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많다. 전문가들은 여름보다 가을에 모기가 더 창궐한 원인을 서식 장소 증가 탓으로 보고 있다.

모기는 주로 저수지나 웅덩이 등 고인 물에서 번식하는데 올해 광주에서는 봄 가뭄이 이어진 탓에 한여름에는 모기 서식지가 없다가 늦여름 국지성 호우가 이어지며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 서식지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로 생긴 웅덩이에 모기가 유충을 낳으면서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아침저녁 큰 일교차로 모기들이 실내로 찾아들면서 체감상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요인이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문수진씨는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모기 서식지가 없다가 늦여름 장마가 이어지면서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늘었다”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최저 기온이 10℃ 이하로 내려가면 모기가 잦아든다”고 설명했다.

‘가을 모기’로 광주지역 각 구청에서는 모기와 관련된 민원이 하루 평균 1~2건에서 이달 들어서 4~5건으로 늘었다. 민원 장소는 도로 하수구나 공원, 하천, 정화조, 단독주택 등 다양하다. 이에 구청에서는 현재 매주 실시하고 있는 방역소독을 10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모기 퇴치 관련 제품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광주지역 5개 이마트가 지난달 18일부터 9월 23일까지 집계한 모기 퇴치 제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날씨가 선선해지면 모기 관련 제품 매출이 줄어드는데 올해는 여름보다 가을에 매출이 더 많다”며 “가을 들어서 모기들의 활동이 여름보다 많은 게 주요 배경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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