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위에 오뚝세우니 일천 봉우리 깎은 듯

‘앞으로 더 융성할 것’ 의미로 반달 모양 빚어

지방마다 모양새 달라…전라도 모시송편 유명



송편은 가을 햅쌀로 빚어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떡으로 풍요와 감사, 액운이 없기를 바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사진은 지난 21일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봉사원들이 취약계층 500가구에 전달할 송편을 빚고 있는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송편은 가을 햅쌀로 빚어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떡으로 풍요와 감사, 액운이 없기를 바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송편은 보통 멥쌀가루에 깨, 콩 등으로 소를 채우고 빚어 만든 떡이다. 이런 이유로 송편이란 이름 역시 소나무 송(松)자에 떡 병(餠)자를 합한 ‘송병’에서 유래됐다.

송편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숙종 1680년에 발행된 음식책 요록(要錄)에서 찾을 수 있다. 기록에는 ‘백미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적혀있다.

◇송편이 반달인 이유=“손바닥에 굴리고 굴려 새알을 빚더니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을 붙이네 금반 위에 오뚝오뚝 세워 놓으니 일천 봉우리가 깎은 듯하고 옥젓가락으로 달아올리니 반달이 둥글게 떠오르네.” 조선시대 방랑시인 김삿갓이 송편을 예찬한 시다. 송편이 반달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삼국사기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 보면 백제 의자왕 때 궁궐 땅 속에서 거북이가 올라왔다고 한다. 거북이 등에는 ‘백제는 만월 신라는 반달’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하며 점쟁이는 이를 보고 백제는 꽉 찬 달이라 기울기 시작할 것이고 신라를 반달이라 앞으로 융성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신라는 삼국통일을 하게 됐고 조상들은 반월이 보다 나은 미래를 나타낸다고 해서 송편을 반달 모양으로 빚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라도 송편의 색깔·모양=송편의 모양은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라도 대표송편은 꽃 송편으로 그 이름만큼이나 모양새가 화려한 송편이다. 단호박(노란색), 오미자·백련초(붉은색), 흑임자(검은색), 쑥가루(녹색) 등을 자연스럽고 알록달록한 색감을 내고, 송편 위에 매화꽃이나 나뭇잎을 작게 빚어 모양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의 고장 전라도에서는 짙은 녹색 빛깔의 모시송편도 유명하다. 영광 등에서는 삶은 모싯잎과 불린 쌀을 가루로 만들어 빚는데 쌉쌀하고 청량한 맛이 중독성 있다. 모싯잎에는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해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으뜸이다.

◇강원·충청·제주도 등 송편= 전라도와 반대로 투박한 모양이지만 쫄깃한 맛이 살아있는 강원도 지방의 감자 송편, 도토리 송편도 있다. 감자 송편은 쪄내면 투명한 빛깔을 띄며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도토리 송편은 도토리가루를 섞어 쪄 낸 반죽에 서리태를 소로 넣어 만든다. 무채를 썰어 속에 넣은 무송편도 있다.

충청도에는 호박송편이 있다. 단호박과 멥쌀가루에 섞어, 노란 색깔에 달콤한 호박향이 입맛을 당긴다.

경상도에는 칡 송편이 있다. 칡송편의 특징은 송편을 빚을 때 손가락으로 꾹 눌러 모양이 찍히도록 한다. 서울과 경기도는 한입 크기의 작은 송편을 만드는데, 오미자와 치자, 쑥 등을 이용해 오색 송편을 만든다. 제주도는 다른 지방과 다르게 설탕에 잰 달달한 완두콩을 넣어 비행접시 모양의 둥근 송편을 만든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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