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입학금’ 文정부서 사라질까

교육부 국공립대 이어 사립대도 폐지 나서

5~6년 걸쳐 단계적 추진…국가장학금 확대

대학들 “일괄 폐지 시 재정압박 불가피” 토로

2017학년도 광주전남 4년제대학 입학금 현황
추석 연휴 이후 사립대학들이 입학금 폐지·축소 대열에 합류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학 입학금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이며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이에 국립대는 내년부터 입학금을 일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립대는 당장 입학금을 모두 없애기는 어렵다며 단계적 폐지 방안을 놓고 정부와 협의 중이다. 대학들은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상황에서 입학금마저 폐지할 경우 재정난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 교육부, 단계적 폐지 논의

교육부는 ‘사립대 입학금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회’(협의회)와 지난달 28일 2차 회의를 열어 사립대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회에는 경희대, 대전대, 동국대, 상명대, 순천향대, 우석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제대, 한국외대 등 10개 사립대 기획처장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립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해 입학금을 5년 또는 6년 동안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대신 교육부는 입학금을 감축한 만큼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노력에 따라 지원하는 장학금으로 한 해 4천억원 규모다.

단계적 폐지 기간은 사립대와 적정 기간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5~6년에 걸쳐 입학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사립대는 기간을 더 길게 잡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립대 중 최초로 입학금을 낮추기로 한 원광대는 내년부터 10년 동안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80% 인하하기로 했다. 국공립대는 군산대를 시작으로 41개 대학이 내년부터 입학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 ‘태생적’ 한계로 대학들 부담

징수근거가 불명확하다는 ‘태생적’ 한계때문에 대학들로서는 입학금 폐지를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4조4항)’에 따르면 ‘입학금은 학생 입학 시 전액을 징수한다’는 조항만 있지 산정 근거를 밝혀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입학식이나 학적부 등록 등에 필요한 비용이라며 고액의 입학금을 징수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이런 비용을 등록금 내에서 해결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별 입학금이 ‘0’원에서 ‘100만원 이상’ 까지 천차만별로 징수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이달 중 사립대의 입학금 사용내역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오는 12월까지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2017학년도 사립대의 평균입학금은 67만6천원이다. 대학별로는 동국대가 102만4천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외대(99만8천원), 고려대(99만7천원), 홍익대(99만6천원), 인하대(99만2천원), 세종대(99만원), 연세대(98만5천원), 중앙대(98만원), 한양대(97만7천원), 서강대(96만9천원) 등의 순이었다.

광주·전남에서는 조선대가 63만4천원을 받아 지역대학 중 가장 비싼 입학금을 보였다. 남부대는 55만6천으로 두번째 많았다. 뒤를 이어 세한대 55만5천원, 광주여대 53만7원으로 나타났다. 광주가톨릭대학은 입학금 ‘0원’으로, 성격이 같은 목포가톨릭대학(48만원)과 대조를 보였다.

국립대는 광주교육대 17만8천원, 순천대 17만원, 전남대(여수캠퍼스 포함)와 목포대 16만8천원이었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원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은 ‘0원’으로 신입생에게 따로 입학금을 받지 않았다.

◇ 사립대 “줄이고 깎는 게 능사 아냐”

정부가 입학금 폐지·축소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사립대들이 국공립대처럼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8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대입 전형료 인하 등 압박이 거세지는데 따른 반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 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최근 회의를 갖고 등록금 인상 규제로 재정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입학금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실제 전체 대학의 연간 입학금 총수입은 4천93억원(2015년 결산기준)으로 이를 일괄 폐지할 경우 재정압박은 불가피하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대학 등록금을 9년간 동결시켜왔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선 입학금이 부족한 등록금 수입을 보충하는 역할을 해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입학금을 폐지하라고 하니 재정난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교육부는 오는 13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회장단 소속 기획처장 20여명을 상대로 본격적인 의견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최종 결정은 사립대 총장들을 대표하는 사총협에서 결정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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