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관광문화의 경쟁력은 친절한 택시에서

<박성수 광주전남연구원장>
 

얼마 전 일본 기타규슈시에 출장을 다녀 온 적이 있다. 바쁜 업무로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기분이 참 좋았다. 환하게 웃는 정장차림의 기사가 정중하게 인사하며 뒷문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하얀 커버로 입혀진 시트는 더없이 깨끗하였고, 실내 바닥 또한 청결해서 쾌적하고 산뜻했다.

무심코 앞을 보니 운전석 뒤에 이름표가 부착되어 있었고, 특이한 것은 운전기사의 취미가 낚시라고 적혀 있었다. 궁금한 나머지 물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민물낚시를 좋아한지, 바다낚시를 좋아한지, 월척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가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또한 승객좌석 앞에는 큼지막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가지고 있는 휴대품을 놓고 내리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이 차는 oo운수 315호차이니 기억해 두셨다가 분실할 경우, 연락을 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차량번호가 복잡해서 승객이 외우기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배려한 조처였다.

아직도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의 불친절한 택시문화를 보며, 이웃 일본기사들의 승객을 생각하는 노력이 우리와 이렇게도 다른가를 다시 한 번 실감나게 느끼고 왔다.

행선지를 말해도 대답조차 하지 않는 무뚝뚝한 기사들. 그런가 하면 어떤 기사들은 장광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들어 줘야 하는 고역을 치르기도 한다.

승객 취향과는 관계없이 대중가요를 마구 틀어대는 기사, 운전하면서도 텔레비전을 시청하느라 여념이 없는 기사들도 보이지 않던가.

그렇지만 때로는 운수 좋은 날도 있다. 친절하고 싹싹한 기사님을 만나게 되면 절로 기분이 좋아 팁까지 얹어 주게 된다. 이 날 만큼은 승객과 기사 둘 다 서로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으니까.

이번 일본여행에서 필자는 친절택시의 대명사인 일본 MK택시 창립자 유봉식씨를 생각하곤 했다.

고인은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을 중퇴한 뒤, 주유소경영을 하다가 택시회사를 설립, 경영하게 되었다. 운전기사가 승객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요금을 받지 않았을 정도로 친절과 서비스를 강조한 일화는 유명하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과속 및 신호위반 등의 불법운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주택문제 해결에 앞장섰는가 하면 장애인할인이나 대졸운전자 채용 등 파격적인 경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택시업계에서 이어지던 ‘동일지역 동일요금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가격인하를 당국에 요청, 법정싸움까지 가면서 규제를 무너뜨렸던 사례 또한 감명 깊은 일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10% 요금인하를 단행, 저가택시의 길을 열어 규제완화의 롤 모델이 되기도 했다.

때마침 광주광역시는 친절한 택시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시민의 제보를 통해 매달 친절 택시운전자를 선발하여 표창을 수여하고, 모범자들에게 제복을 지원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제발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우리 고장 택시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더불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말끔한 제복차림으로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안전하게 운행하는 기사님들이 늘어 갈수록 우리 남도의 관광문화는 한층 발전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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