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9개국을 가다…<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⑦ 성모발현지, 보스니아 메주고리예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서 가톨릭 신도 순례지로…
인구 390만의 다민족국가…1992년 내전으로 20만명 사망
발현산 성모상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표시판 있어
‘치유의 예수상’ 앞에서 기도하면서 성수 받는 사람들도

6월 1일 오전 8시에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보스니아로 간다. 인솔가이드는 오전에 성모발현지 메주고리예를 답사하고 오후에는 보스니아 내전 현장 모스타르를 갈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어서 인솔가이드는 보스니아 개요와 메주고리예(Medugorje)의 성모발현에 대해 설명했다.

보스니아는 정식 명칭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Bosnia And Herzegovina)’이고, 인구는 390만 명, 1인당 국민소득은 3천900달러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인(48%)과 정교도의 세르비아인(37%), 카톨릭의 크로아티아인(14%)이 혼합된 다민족 국가로, 1992년 4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나 20만 명이 사망하고 220만 명의 난민이 생겼으며, 세르비아인들은 이슬람교도를 ‘인종청소’하기도 했다.

1995년 12월 데이턴 협정으로 보스니아·크로아티아인 중심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인 중심의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1국가 2처제로 구성됐고 연방정부는 3인 공동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메주고리예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조그만 마을이었으나 1981년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나면서 가톨릭 신도들의 순례지로 각광받고 있다.

1981년 6월 24일 여섯 명의 청소년이 마을 외곽의 언덕 위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를 보았다. 이후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성모님이 나타났다. 성모님을 본 6명의 청소년은 이반 드리기체비치(1965년생, 당시 16세), 밀쟈나 드라기체비치(65년생), 비치카 이반코비치(64년생), 마리아 파블로비치(65년생), 이반카 이반코비치(66년생), 야곱 촐로 (71년생, 당시 10세)이다. 이들이 성모님을 보았다고 증언하자 유고슬라비아 정부 당국은 이들을 조사했고 수시로 감시했다고 한다.

성모님을 본 청소년 6명중 3명은 지금도 성모님을 뵙거나 말씀을 듣는다는데, 특히 밀쟈나 자매는 1987년 8월 2일부터 매달 2일 성모님의 목소리를 듣거나 뵙는데, 유튜브에서 밀쟈나 자매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2017년 9월 2일자 동영상도 있다.

그런데 메주고리예는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지와는 달리 로마 교황청에서 성모발현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톨릭 신자들은 매년 수백만 명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어 메주고리예의 성물가게와 음식점·호텔들은 성황을 맞고 있다.

맨 먼저 가는 곳은 성모 발현 산이다. 그런데 가는 길에 차량이 밀린다. 앞에 성모마리아 사진이 붙어 있는 버스도 많다. 길 주변에는 성물가게가 즐비하다.

밀리는 차량과 성물가게

드디어 발현산을 오른다. 돌들이 매우 뾰쪽하여 자칫하다간 다치기 십상이다.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오르면서 산을 내려오는 외국인 일행들과 마주쳤다. 물어보니 폴란드에서 왔단다. 폴란드 신부는 중간 중간에 일행들을 멈추게 하고는 열심히 설명을 하고 일행들은 기도를 하고 있다.

발현산 입구

이제 성모상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다. 이곳은 성모님이 발현하신 장소이다. 사람들은 성모상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성모상 사진을 각도를 달리하여 여러 장 찍었다. 그런데 성모상 옆 부분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라고 한글로 적혀 있고 그 다음은 전혀 모르는 외국어, 다음은 ‘Peace for the Korean peninsula! Republic of Korea’라고 적혀 있는 표시판이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표시가 보이는 성모상

아니, 성모발현지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라는 표시를 보다니. 어떻게 성모상에 이런 표시가 있을까? 한국이 협찬해 성모상을 만들고 이런 표시를 하였나? 알 수가 없다.

자료를 보니 1981년 발현 세 번째 날인 6월 26일에 다른 증인들과는 달리 발현 장소에서 먼저 언덕 아래로 내려가고 있던 마리아 파블로비치가 성모님을 뵈었단다. 하루에 두 번 성모님을 만난 것이다. 그 당시 성모님의 모습은 슬픔에 잠겨있었고 “평화, 평화, 평화, 오직 평화!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평화가 가득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단다.

아무튼 발칸 반도의 보스니아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성모상을 보니 너무나 반갑다. 이 표시석을 보면 세계 사람들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잠시라도 기도하리라. 더구나 지금 한반도는 안보 위기이다.

이윽고 성모상 왼편에 있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을 보았다. 한 자매님이 그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

치유의 예수상

이제 발현산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더욱 힘들다. 쉬엄쉬엄 내려오는데 내려가는 길에도 신자들은 열심히 기도를 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는 성 야고보 성당이다. 주차장에서 내려서 ‘십자가의 길’을 따라 ‘치유의 예수상’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예수상의 오른쪽 다리 무릎에서 나온다는 조금씩 흘러나오는 성수를 받기 위해서란다. 그리고 보니 여자 두 사람이 예수상 앞에서 기도하면서 한 여자는 거즈로 성수를 받고 있다.

야외 제단

성당으로 가면서 옥외 미사장소를 보았다. 5천명이 한꺼번에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야외제단이다.

이윽고 야고보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 안에서는 미사가 진행 중이다. 일행 중 천주교 신자 몇 분도 미사에 참여했다.

성 야고보 성당

필자는 성당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해성사 장소도 있고, 성물가게와 성모상 전시물도 있다.

성당 근처의 성모상 전시물

성당 근처 택시 정류장 앞에서 표시판 하나를 보았다. 표시판에는 ‘발현산’은 ‘발현 언덕(Hill)’으로 표시돼 있고 ‘십자가 산’ 표시도 있다.

‘십자가 산’은 해발 520m 높이의 산 위에 세워진 8.25m의 시멘트 십자가 때문에 이름 지어진 산인데, 1993년에 농작물 피해를 주는 우박을 동반한 폭풍우가 멈춘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세운 것이란다.

성 야고보 성당 내 이정표

성당 앞의 성물가게도 들렸다. 성물을 구경하면서 느낀 점은 성모 마리아 성화가 매우 젊게 그려져 있다는 점이다.

성물가게 앞의 성모 성화

이제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간다. 오후에는 모스타르 구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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