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 쓸개를 오가는 정치인과 용담초(龍膽草)

간과 쓸개를 오가는 정치인과 용담초(龍膽草)

<최혁 남도일보 주필>
 

내년 지방선거가 8개월 정도 남았다. 그런 만큼 입지자들의 발걸음은 바쁘다. 가장 급한 일은 당선에 유리한 당의 후보가 되는 일이다. 광주·전남의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 당선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회자된다. 요즈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70%대를 넘나들고 있다. 덩달아 더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도 높은 편이니 더민주당의 후보만 되면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자리는 맡아놓은 자리랄 수 있다.

그러니 지방선거 출마 입지자들은 안달이 나고 있다. 안달은 ‘(몸)안이 달아오르다’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걱정, 근심이 있으면 속이 타들어가는 곳이 애간장이다. ‘애’는 창자의 옛말이다. 간장은 간(肝)과 창자(腸)를 말하니 ‘애’는 중복을 통해 ‘간장’을 강조하는 강조접두사이다. 선거에 나가 이기고 싶은 마음에 몸이 달아올라 창자와 간이 타들어갈 정도니, 참으로 극심한 절박함이다. 그렇게 마음이 다급하니 무슨 일인들 못할까?

간장이 타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말로 ‘애간장’이 녹고 있는 사람들은 지난 총선과정에서 더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사람들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더민주당은 호남민심을 잃어 광주·전남에서 참패를 당했다. 총선 직전, 많은 이들이 보따리를 싸들고 국민의당으로 향했다. 더민주당에 남아있다가는 정치생명이 끊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일부 지자체장들도 더민주당을 뛰쳐나와 국민의당 총선후보를 도왔다.

지금 상황은 그때와는 딴판이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땅으로 곤두박질치자 더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사색이 돼 있다.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다시 더민주당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몇몇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더 민주당에 복당신청을 했고 그중 일부는 다시 더민주당 사람이 됐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저렇게라도 해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싶을까? 라는 측은함도 든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 인물들에게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정치적 비난이다. 그렇지만 의학적으로는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간과 쓸개는 매우 가깝게 위치해있다. 쓸개가 간의 바로 밑에 있어 마치 간에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장기처럼 여겨진다.

다른 점은, 소화기능 측면에서만 본다면 간은 소화액(담즙)을 만들어 내는 장기이고, 쓸개는 이 담즙(쓸개즙)을 보관했다가 필요한 시점에 내놓는 장기(담낭)라는 점이다. 간은 끊임없이 담즙을 만들어내지만 이 담즙은 사람이 음식을 먹을 때만 필요하다. 쓸개는 이 담즙을 보관하고 있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담즙을 집중 분비한다. 간과 쓸개는 매우 가깝고 또 기능도 역시 유사하다.

쓸개, 즉 담낭은 길이 6.8㎝, 너비 3.8㎝ 정도의 아주 작은 기관이다. 쓸개와 간을 연결하는 것은 담도이다. 총담관을 통해 십이지장과 연결돼 있다. 간은 하루에 1천cc정도의 담즙을 분비한다. 쓸개(담낭)는 이 담즙을 50~60cc 정도로 농축, 저장해 두었다가 음식이 들어오면 담즙을 조금씩 십이지장 속으로 흘려보내 소화를 촉진시켜 준다. 그런데 지방분이 많은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게 되면 담낭 속에 결석이 생기게 된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간에 붙거나 쓸개에 붙거나 모두 사람의 몸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에 그리 나무랄 일만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다. 어느 당에 속하든 지역민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면 되지, 그리 타박할 일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저런 것(黨의 정체성, 개인의 소신, 정치철학, 주민과의 약속)을 가리지 않고 모두 먹어치워, 비대해진 정치인은 지방분이 많은 음식이랄 수 있다.

불리해도 소신을 지키며 한길을 뚜벅 걷는 정치인이 ‘건강한 담즙’이다. 광주·전남 유일의 현역 여당국회의원인 L씨가 그런 건강한 정치인이다. 반면에 당선을 위해 당을 옮기고, 과거 자신의 발자취를 부정하는 이들은 담석과 같은 존재다. 욕심이 지나쳐 정치체질이 비만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탐욕정치인들은 담낭관이나 총담관을 막히게 해 담석증을 유발케 할 확률이 높다. 결국은 자기 몸도 아프게 하고 지역도 망치게 한다.

그래서 이런 정치인들이 간에 붙든 쓸개에 붙든,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신체와 지역의 건강을 위해 무소신·탐욕정치인들은 어디에도 붙지 못하게 해야 담석증에 걸리지 않는다. 탐욕정치인들은 궁극적으로 간에 화(火)를 불어넣는다. 간의 화기(火氣)를 빼는 데는 용담초(과남풀)가 최고다. 용담초 뿌리에 열을 끌어내리는 찬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용담초다. 그것만이 무소신 정치인을 끌어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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