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과 정치보복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변호사>
 

한국현대사를 들여다보면 부끄럽고 가슴이 아파온다.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이 되었음에도 어찌된 영문인지 친일세력이 이 나라의 지배세력으로 자리잡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국과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자랑스러운 이들이 기뻐하고 환영받아야 함에도, 친일세력들이 그들의 재산과 권력을 그대로 거머쥔 채 일제잔재 청산을 가로막아 온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없이 부끄럽고 아쉬울 따름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에 빌붙어 부귀와 영화를 누리고, 민족투사를 핍박하던 그들이 지금까지 한국의 지배세력으로 남아 있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해방 이후 일제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것이 우리 현대사를 질곡의 역사로 뒤틀리게 한 중요한 원인이라고 한다면 편향되고 과장된 것일까?

우리는 이제라도 잘못된 역사와 용서할 수 없는 폐단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부끄럽고 가슴아픈 세대로 기억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37년 전의 5·18 민주화운동이 이제야 그 진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왜곡되고 은폐된 역사적 과오가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어디 그 뿐인가? 불과 몇 년전에 국가기관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유린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고 하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 하나 둘씩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잘못된 악습은 이제 그 고리를 분명하고 확실하게 끊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적폐청산의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 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왜 문제되는 것인지를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포용이나 관용의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정의를 세우는 길이고, 인권을 지켜내는 소중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세력은 적폐청산을 향하여 손가락질하며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폄하하고 왜곡하려 든다. 전 정부의 잘못을 파헤치는 것은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 하면 모든 정권은 불법과 범법행위를 하더라도 다음 정권은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썩고 썩은 악습과 국가기관을 동원한 범법행위는 그 누구도 파헤쳐서는 안된다는 것이어서, 모든 정권은 마음놓고 인권탄압과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논리이고, 비합리적인 독설이다.

정치보복이란 정치적 적대세력이 죄도 없는데 죄를 뒤집어씌워 정치적, 사회적, 육체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사실 우리 현대사에 정치보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북분단의 아픔이 정치적 보복에 악용되어 온 것이 어디 한 둘인가. 이와 같은 정치보복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정치보복이 성공한 예는 없다. 냉혹한 역사적 평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정치보복은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라는 이유로 그들을 박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라고 하더라도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을 구별하지 못하는 목소리에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적폐청산을 정치보복과 구분하지 못하여 저렇게 외쳐대는 것일까? 그들은 친일세력이 이 나라의 근대화와 번영을 이룬 것이라고 강변하고 싶은 심정일까?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적폐가 사라진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 인권을 존중하고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는 나라를 꿈꾸는 것이 과욕일 수 없는 멋진 세상이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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