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기상청 날씨와 생활
소리 없이 내리는 서리
<우종택 목포기상대장>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고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요즘 단풍이 절정에 이르러 전국의 산을 붉게 물들여 가고 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나고 시월(十月)의 끝자락으로 가고 있는 지금 밤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시기이다. 10월의 절기 중에는 찬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한로’와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이 포함되어 있는데 기상현상과 함께 계절적인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서리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날씨가 좋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이나 가을철에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 서리가 잘 발생한다.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 바람이 약하고 날씨는 맑다. 이럴 경우 복사냉각이 심해지면서 지표면의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고, 지표역전이 형성되면서 서리가 발생한다. 서리가 발생한 날의 일교차는 매우 크다. 제주도와 울릉도, 중부 동해안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10℃ 이상을 보이고, 내륙 지역의 경우에는 평균 14℃ 이상을 나타낸다. 또한 평균 상대습도는 60~70%일 때 서리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온이 크게 내려가도 바람이 불거나 구름이 끼면 서리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음력 오뉴월이면 양력으로 6월에서 7월인데, 이 시기에 서리가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말은 왜 생긴 것일까?

그만큼 서리가 강하고 무섭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리는 다른 기상현상보다도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며, 작물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 초봄에 녹차 밭에 서리가 내리면 최고의 차라고 불리는 우전 차 수확을 포기해야 하며, 배꽃이 서리를 만나면 배 농사는 끝이다.

채소가 서리를 맞으면 뜨거운 물을 부어 놓은 듯 잎이 시들어 버리거나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농작물이 얼어붙어 세포막이나 엽록체의 막이 단단하게 굳어져 파괴되고, 세포가 말라죽게 된다. 그러므로 서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기상청에서는 각 지역별 서리 발생 일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서리가 내리는 시기에 일기예보와 서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대비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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