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10 이후 우리 사회의 명랑지수는…

2017년 5·10 이후 우리 사회의 명랑지수는…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머릿속에서는 기분(mood)을 언짢이 만드는 서너 가지 말이 맴돈다. 그 말을 거꾸로 써본다. 울우, 난업취, 직규정비, 질갑 등. 그 말을 목소리로 내뱉지는 않는다. 내뱉는 순간, 그 목소리에 자극받아 내 세포는 반란을 멈춘다. 그런 단어만 봐도 내 몸의 세포가 순간적으로 움찔하기에, 특히 ‘울우’가 나오면, 신문이나 책을 읽다가 휙 지나친다.

누가 어떤 일을 함께하자면서 계약서를 작성하고서도 계약금을 상대방에게 지급하지 않으면, 그 상대방의 세포는 반란을 일으키기 어렵다. 일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려면, 그 일의 추진 책임자는 계약금을 제시간에 지급해서 계약 이행자의 세포 반란을 유도해야 한다. 혹자에게 거북할지 모를 ‘세포 반란’은 달리 표현하면 ‘신바람’이다. 한 달간 열심히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다음 달에도 자신의 몸 세포가 반란을 일으킴을 느낄 거다.

평소 말할 때, 명랑하고 마음이 풀리는 느낌을 주는 언사를 구사하려고 애쓴다. 우울, 우울증 지수, 하지 마라, 안 한다, 싫다, 답답하다, 꽉 막히다 등등은 넓은 세상인 태평양에서 잘 세탁되어 밝은 표현으로 전환되어 오기를 기다린다. 명랑, 명랑 지수, 하라, 한다, 좋다, 편안하다, 툭 터졌다 등등은 듣기도 좋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그런 단어는 세포 활동을 촉진한다는 느낌을 유발한다. 심광체반(心廣體반), 즉 마음이 넓어지고 몸이 편안해지는 말이다.

2017년 5월 10일 이후 우리 사회의 명랑지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수업 중에 학생의 표정을 관찰해보면, 예전보다 더 밝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학생이 늘었다. 필자가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그들 또한 작년보다 열심히 움직이고 장래에 해야 할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대화가 과거보다는 현재와 장래와 미래를 지향하는 흐름으로 전개됨을 본다.

현 정부는 자리매김 주제를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님과 주요 지도자가 ‘촛불 정신’의 위대함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행보를 보이기에 ‘촛불 정부’라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촛불 정부’ 출범 이후 보고 듣는 말과 그 의미가 대체로 밝고 미래지향적이다. 정규직 전환, 순직 인정 범위 확대,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 확대, 최저임금인상, 혁신,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성장 등등이다. 2017년 5ㆍ10 이전에는 4대강 녹조라테, 명박산성, 건국절 논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물대포 등등은 세포 활동을 억압했다. 더구나 2014년 세월호 4·16사변은 트라우마 중의 트라우마였다. 어쩌다 4·16사변의 경위가 의식으로 떠오르면, 세포활동이 정지되는 듯한 느낌은 적지 않은 사람이 받을 거다.

지난 세월 약 9년 동안, 꽤 많은 사람이 면벽 수도를 했지 싶다. 흡음 벽을 보고 말하는 기분, 말하자면 반향을 경험하기 어려웠다. 내가 혹시 아프다고 말하면, 뭐 그런 일로 아프냐는 식으로 치부되기에 십상이었다. 면벽3년(面壁三年)을 하면 머리가 확 깨진다고 하는데, 3년의 세 배인 9년을 면벽 수련 했으니 많이들 도통했지 싶다. 그 도통한 도(道)가 촛불로 발현되었지 싶다. 이번 ‘촛불 정부’의 기조와 그 실천을 보면, 내가 아프다고 하소연할 때, ‘촛불 정부’가 내 아픔을 치유해주지는 못할망정 손을 잡아주고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공감하고 격려해주리라는 상당한 확신을 느낀다.

어떤 정책이 방책(方策)이 아니면, 그 정책은 가치가 없다. 문자대로 하면, 방책은 각목처럼 모서리가 잘 만들어진 채찍이다. 아무에게도 아픔을 주지 않는 정책은 방책이 아니다. ‘촛불 정부’의 방책으로 말미암아 아픔을 겪는 일보다는 치유되고 제자리를 잡는 일이 많다면, 우리 사회의 명랑지수는 더 높아질 거다.

특히 청년의 명랑지수가 올라가길 기대한다. 혈기방장(血氣方壯)한 청년이 취업 취약계층처럼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받아야 하는 세상, 이게 제대로 된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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